국내 신용카드 시장이 급신장하면서 해외 브랜드들의 실적도 덩달아 뛰고 있지만 일부는 인터넷과 스마트카드 등 차세대 금융환경 조성을 위한 재투자는 외면하고 있어 주위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국내 현금서비스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받아 챙기고 있는 마스타카드의 경우 회원사 대상의 신금융서비스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어서 주변의 눈총이 따갑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최근 몇년 사이 연평균 100%씩 급성장하면서 지난해에만 480조원에 달하는 이용실적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비자인터내셔널과 마스타 등 해외 신용카드 브랜드의 수입규모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용카드의 경우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진 않지만 해외 가맹점 거래에 건당 30∼3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해외 카드 사용액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마스타카드는 지난 2∼3년전부터 현금서비스에 대해 건당 0.01% 안팎의 높은 수수료를 받아 챙기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80조원의 사용실적 중 현금서비스 비중이 무려 65%에 달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마스타카드의 경우 인터넷 전자상거래(EC) 보안프로그램이나 스마트카드 인프라 등 신금융 환경에 대비한 재투자 측면에서 유독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스타카드는 지난해 전자상거래 보안프로그램 ‘SPA’를 선보인 뒤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설명회만 갖는 데 그쳤다. 비자가 ‘비자안전지불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국내 3개 회원사와 5개 대형 쇼핑몰에 적용, 올해 상용 확대를 위해 각종 기술지원과 회원사 교육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자는 또 SK텔레콤, SK 등과 함께 스마트카드 단말기 보급을 위해 1000만달러를 공동 조성해 투자하고 있지만 마스타카드는 아무런 대응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카드사 관계자는 “차세대 금융환경의 경우 공공 인프라 성격이 강해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면서 “브랜드의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계는 특히 마스타카드가 비록 올해 주식회사 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비영리’ 회원단체인 만큼 국내에서 거둬들인 수입의 일정부분은 회원사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적 분야로 환원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현재로선 주식회사 전환을 위한 회원사 주주영입 작업과 월드컵 후원사로서 홍보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마스타카드 윤경원 상무는 “스마트카드 인프라 조성을 위한 투자계획은 있지만 현재로선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 “보안 프로그램 지원사업도 빨라야 하반기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