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아마추어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백두산에 가장 키가 큰 소나무는 몇 그루 있을까.”

 백두산에 안가봤는데 어떻게 아느냐? 명색이 백두산인데 열 그루쯤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은 문제를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주길 바란다. 키 큰 나무는 여럿 있을 수 있어도 가장 키가 큰 소나무는 한 그루밖에 없다. 정답은 한 그루다.

 정상의 자리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엇비슷한 선수들이 펼치는 박빙의 승부에서도 우승은 단 한 선수, 단 한팀에게 돌아간다. 때문에 정상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선수에게도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에게도 더할 수 없는 긴장감과 짜릿한 즐거움을 준다.

 더구나 내로라하는 프로를 제치고 아마추어가 우승한다면 한편의 드라마에 못지 않은 흥분을 느끼게 된다. 아마추어의 반란, 지각 대변동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전혀 무색하지 않다.

 지난 2월 삼성동 아셈 메가웹 스테이션, 아마추어의 반란으로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온게임넷 2nd 쥬라기 원시전2 리그 개막 경기에서 이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차 시즌과 마찬가지로 16강은 지면 바로 탈락이라는 서바이벌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쥬라기 원시전2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전대회 우승자 김대호 선수, 준우승자 봉준구 선수, 3위를 기록한 박종호 선수가 신예들의 거센 저항을 받아 줄줄이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김대호 선수가 평소 경기 전략을 고수한 것이 허점이 됐다. 아마추어 게이머 김현모 선수는 색다른 전략으로 김대호 선수가 펼치는 익숙한 전략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변의 주인공 김현모 선수는 업그레이드(UpGraDe)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반인 참가자다.

 지난해 12월 프로게이머 초청전부터 시작된 이투소프트배 태조 왕건-제국의 아침 대회에서도 아마추어가 프로게이머를 이겼다. 프로게이머 추교승을 제치고 아마추어 선수인 김진우와 김종윤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우승자인 김진우 선수는 “끊임없는 연습과 길드원들의 도움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온게임넷 이소프넷배 거울전쟁 어드밴스드 리그에서도 대회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당초 예상을 깨고 아마추어팀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마추어 두 팀이 프로게이머를 누르고 3연승을 차지, 강력한 우승후보로 등극한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리거팀(김태민, 박재윤)과 드레드 로드팀(김기덕, 박종석). 이들은 여러가지 마법과 유닛 레벨업, 건물점령 등 화려한 전술로 물량 공격에 익숙해 있는 프로게이머의 추격을 따돌렸다.

 물론 프로게이머들의 경우 전술과 전략이 공개 게임 리그를 통하여 노출된 것이 불리하기는 하다. 그러나 온게임넷 2nd 쥬라기 원시전2 리그의 연출을 맡은 김진환 PD는 “연습 시간이나 환경에서 모두 열세인 아마추어 게이머가 전 대회 우승자를 꺾은 것은 프로게이머 선수층이 그만큼 두텁지 못함을 보여준다”며 “실력있는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프넷의 배준석 홍보팀장은 “현재 프로게이머는 스타게이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프로게이머의 게임 편식 현상을 지적했다.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한 다른 게임에서 아마추어의 승리는 적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상의 자리는 빛나는 만큼 지키기도 힘든 법. 앞으로도 길드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고수들의 도전과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이변의 주인공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