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리나 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컴팩과의 합병 승인 여부를 묻는 주주총회에서 비공식 결과임을 전제,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 내는 승리를 따냈다고 선언함으로써 연매출 778억달러의 공룡기업 탄생이 눈앞에 다가왔다.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인 IBM에 버금가는 매출을 가지게 될 합병사는 HP와 컴팩의 내부는 물론 세계 컴퓨터시장에도 회오리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합병사의 외형적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즉 합병사는 인터넷 데이터 처리량의 폭증으로 날로 중요성이 커가는 스토리지 분야에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IBM 등 경쟁업체를 제치고 세계 제일의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또 비록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PC분야에서도 델컴퓨터를 제치고 세계 톱을 차지하게 되며 부동의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프린터 분야에서도 정상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IT시장의 황금알로 각광받고 있는 IT서비스 분야에서도 일약 세계 3위로 부상, IBM과 EDS 추격에 한층 힘을 가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합병사는 세계 1위 아이템이 PC·스토리지·프린터 등 3개나 갖게 되며 서버와 IT서비스 분야에서도 각각 세계 2, 3위가 되는 매머드 업체가 된다.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나=HP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주주 대리전을 통해 컴팩을 굳이 인수하려고 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이는 피오리나가 최근 밝힌 “통합은 현재 컴퓨터시장의 대세다. 기업고객들은 많은 벤더(업체)들 보다는 다양하고 강력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확실한 업체를 원하고 있다”는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합병사는 HP가 확실한 강점을 보이고 있는 프린터뿐 아니라 PC·서버·스토리지·서비스 등 기업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컴퓨팅 시스템을 제공하는 장점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 양사 합병팀은 HP와 컴팩의 제품 중 중복 되는 제품은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가장 증요한 기준으로 해 살생부를 작성해 놓은 상태다. 합병사는 또 HP의 기존 잉크 카트리지 사업 외에 합병 시너지를 통해 컴퓨터 보수라는 새로운 현금박스도 얻을 것으로 보이며 연구개발비도 HP가 26억달러를 쏟는데 반해 두배 수준인 4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예상되는 난관=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하지만 합병사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이 아니다. 우선 통합사가 성공적으로 출범한다고 해도 1만5000명의 인원정리에는 큰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비록 피오리나는 “변화는 필요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며 “잭 웰치도 GE에 처음 부임한 7년간 70%나 인원을 줄였다”며 해고를 옹호하고 있지만 HP는 인간 경영의 대명사인 HP웨이를 기업문화로 가지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질적 기업문화를 가진 두기업의 통합작업도 간단치 않다. 이에대해 HP는 자사의 인력관리 부사장인 수전 바우윅이 오래 전부터 대책을 마련해 왔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98년 컴팩이 디지털과 합병할 때 고전한 것처럼 이러한 어려움이 또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을 달래는 것도 문제다. 양자는 워낙 심한 비방전을 전개해 왔기 때문에 월터 측을 달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측통들은 휴렛을 이사로 계속 유지하게 하거나 최소 패커드 재단의 한명을 이사로 등재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서로 중복되는 제품을 원활하게 정리하는 것도 큰 숙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