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미국 휴렛패커드(HP) 주주총회가 컴팩과의 합병을 승인하는 쪽으로 기울자 HP에 연간 PC 생산 물량의 40% 가까이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는 삼보컴퓨터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삼보컴퓨터는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 900선을 돌파한 뒤 대부분의 종목이 일제히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상승세를 지키며 전날보다 850원(5.36%) 오른 1만6700원으로 마감됐다. 거래량은 두배 가까이 늘어난 540만주에 달했으며 장중 한때 52주 신고가인 1만74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향후 HP와 컴팩이 최종 합병되면 HP의 최대 데스크톱PC 공급자인 삼보컴퓨터의 공급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까지 HP가 세계에 공급하는 PC물량의 13% 가량을 맡아온 삼보컴퓨터의 공급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대우증권 김태홍 선임연구원은 “삼보컴퓨터는 연간 PC 생산 능력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체 HP수요 물량의 20%까지를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며 이를 PC 대수로 산출할 경우 연간 80만대까지 늘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명확히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현실이 이날 삼보컴퓨터의 상한가 돌파를 막았다는 역설적인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총의 대세적 분위기가 이렇다뿐이지, 표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3주가 걸릴 것이고 합병 법인의 PC수급 루트도 인수주체인 HP 중심의 구도로 간다면 모르지만 효율성을 따져 컴팩구도로 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홍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순전히 기대심리에 따른 주가움직임으로 본다”며 “최종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지 좀더 기다려 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