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과의 합병을 묻는 휴렛패커드(HP)의 주주총회는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늦은 19일(현지시각) 아침 8시 30분에 시작됐다. 이어 10분 후인 8시 40분,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 겸 CEO의 ‘주주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는 개회사를 시작으로 세기의 주총이 개막 됐다.
피오리나의 개막선언에 이어 등단한 합병 반대파의 기수 월터 휴렛은 “HP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는 이날 참석한 주주들의 대부분은 전·현직 HP 직원들인데 이들은 합병 후 불어닥칠 감원 칼바람을 의식해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주주들과의 질의 응답시간에는 피오리나의 아킬레스건인 해고 문제가 불거져 나와 피오리나는 진땀을 흘렸다. 그녀는 “변화를 거부하다가는 도태된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지만 일부에서는 야유도 터져 나왔다.
주총 장소인 캘리포니아주 쿠페르티노의 플린트센터에는 녹색과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는 위임장을 맡은 대리인들이 개인주주들에게 합병 찬성의 경우 흰색카드를, 반대의 경우 녹색카드를 보내달라고 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개인주주들은 찬반에 따라 흰색과 녹색 옷을 입고 나타나 각각 피오리나와 휴렛을 응원했다.
총회장 밖에는 수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들었으며 기자·TV카메라 등 언론사들도 대거 몰려와 이번 주총이 얼마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 여실히 보여 줬다. 주주들은 프랑스 등 외국에서도 왔는데 합병 반대 세력들은 그들의 ‘맹장’인 휴렛이 총회장에 입장하자 바깥에서 그를 열렬히 환호하기도 했다. 반면 피오리나에게는 일부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