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입지 좁아지고 전문몰 득세 가전유통시장 `대변혁`

 

 가전업체의 주력 유통망이었던 대리점의 입지가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신 특정 브랜드와 관계없이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전문몰이 득세하는 등 가전 유통구조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또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간판 가전업체는 하이프라자나 리빙프라자 등 직영 전문점을 통해 느슨해진 유통망 체제를 보완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날개 잃은’ 대리점=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풀 꺾인 대리점 수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회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IMF 이전과 비교해 평균 30∼4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한 때 1500여개에 달하던 대리점 수가 IMF를 거치면서 1300여개로 줄어든 데 이어 지금은 1000여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LG전자 역시 지난 90년 중반 1500여개 수준에서 지금은 1000여개로 크게 감소했다. 대우전자는 더욱 심각하다. 96년 800개에서 99년 370개, 2001년 53개로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대우전자 측은 국내영업 부문을 하이마트로 이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대리점 감소세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직영 전문점인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의 규모를 늘려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5년 리빙프라자를 처음 오픈한 데 이어 2000년 200개 수준에서 올해 300개로, LG전자는 하이프라자를 현재의 60개에서 올해 130개로 두배 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대리점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기 충천한’ 전문몰=반면 전자 전문몰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전매장의 대형화와 복합화를 기치로 89년 1호점을 오픈한 전자랜드21은 지금까지 전국에 40여개의 몰을 오픈한 데 이어 올해 80여개까지 매장을 확대키로 했다.

 하이마트 역시 현재 130개의 매장을 올해안에 두배로 늘리고 내년에는 280개까지 확장해 본격적인 ‘세겨루기’를 준비하고 있다. 또 기존의 중소규모 매장을 300평 이상의 점포로 재오픈하고 공간이 여의치 않은 곳은 그동안 꺼려왔던 복층 매장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할인점도 파죽지세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할인점 점포 수는 지난해 170개에서 230개로 늘어날 전망이며 매장에서의 가전제품 매출비중도 99년 7∼9%에서 2001년 10∼1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어떻게 될까=대리점 대 전문몰·할인점의 구도는 기존 유통 채널과 신유통 채널의 대립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리점=가전 유통망’이라는 기존 등식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고 있는 것. 매출 비중도 점차 대리점 중심에서 전문몰과 할인점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유통구조에 일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전문몰이나 할인점이 전체 가전시장에서 차지하는 판매비중이 올해를 기점으로 50%에 육박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유통망에 의해 제조업체가 끌려다니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