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과학혁명의 지배자들

◆과학혁명의 지배자들/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민수 옮김/ 양문 펴냄

 

 21세기는 ‘과학의 시대’다.

 양자이론을 적용한 컴퓨터, 인공지능 기술로 탄생한 로봇공학,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이제 과학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21세기의 과학은 일부 과학자들만의 몫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과학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선진국이 첨단과학을 독점하던 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더라도 과학에 대한 대중적 토양만 갖고 있다면 언제든지 과학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수천년의 과학사가 천재의 몫이었다면 21세기 과학의 주체는 대중이라는 믿음에서 근대 이후 과학혁명을 주도해 온 과학자 20인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조명한 교양과학서다. 과학의 대중적 토양을 만들고 씨앗을 뿌려주는 책이다.

 중세에 이미 현대과학의 인식에 도달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상대성이론에 수학적 근거를 제공한 여성수학자 에미 뇌터, 2진법 및 인공지능 개념을 창안했으나 동성애자임이 드러나 하루 아침에 파멸한 앨런 튜링 등이 주인공들이다.

 이중나선의 발견 가능성을 포착한 여성과학자 호지킨, 수학으로 모든 세계를 규명하려 했던 힐베르트, 나치 치하의 원자폭탄 개발계획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불확정성 원리의 천재과학자 하이젠베르크 등의 숨은 얘기도 생생하다. 과학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과학자들이지만 그동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을 심도있게 다루는 셈이다.

 저자는 몇몇 천재가 만든 세계의 수혜자로 살아가는 ‘향유의 과학’을 넘어 개인 스스로가 진보의 주체가 되는 과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과학의 대중화에 먼저 성공하는 나라가 새 천년의 과학을 주도할 것이라는 일관된 믿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빛나는 독일의 과학 전통이 단절되고 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퇴조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독일 대중이 기초과학이나 기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

 이 때문에 이 책은 각국의 사례보다는 독일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과학사의 통시대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응용산업에만 관심을 가질 뿐 과학의 저변에 대한 지적토대가 부재한 우리로서는 충분히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21세기는 인류가 축적해온 과학이 만개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이 시대에는 단지 과학을 향유하는 수혜자로서 익숙함이 아니라 과학의 세계에 직접 뛰어들어야 주체로 나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