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사업자 단체로 출범해야 한다.’ ‘아직은 시기 상조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내 한국전자회로(PCB)산업협의회가 사업자 단체인 ‘(가칭)한국PCB산업협회’를 설립하는 시점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PCB산업이 뻗어나가기 위해선 진흥회의 ‘둥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 이러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말 나온 김에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이르지 않느냐”며 주저앉히려 하고 있는 것.
협회 설립을 구체화하고 있는 주비위측은 대만·일본·중국 등 경쟁국 업체들도 협회를 설립, 세계PCB협회에 정식 회원으로 등록해 세계 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적극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PCB산업협의회는 공식 단체가 아니란 이유 하나 때문에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세계 PCB시장에서 100대 기업인 대덕전자조차 비회원국 업체인 탓에 세계PCB협회가 주관하는 세미나에 참석을 못해 귀동냥으로 정보를 전해듣는 등 세계 생산량 5위인 한국의 PCB산업계가 그 위상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흘대를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급변하는 첨단기술과 기술조류 등의 정보부족으로 세계 기술흐름에 대해 지금처럼 눈뜬 장님으로 지낼 경우 자칫 후발국인 중국에 추격을 허용,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 임의단체인 ‘협의회’를 ‘협회’로 격상해 세계PCB협회가 주관하는 각종 회의에 회원으로 참석, 최신 기술을 입수하고 제품의 표준화를 정하는 데 한국 업체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산업별로 전문단체가 설립,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는 게 대세”라며 “JPCA 등이 한국의 세계PCB협회 가입을 적극 지지하기로 한 만큼 이러한 열띤 분위기가 식기 전에 협회가 올해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연착륙을 모색하고 있는 측은 PCB협의회가 설립된 지 불과 1년 정도밖에 안됐고 전자산업진흥회의 ‘노하우’를 나름대로 습득하려면 1년 이상의 기간이 더 필요하다며 급진적인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또 협회 출범을 위해 대덕전자·LG전자의 지지와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들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이 진흥회 임원으로 몸을 담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 특히 진흥회는 PCB협의회가 따로 살림을 차려 나갈 경우 각 산업군의 ‘진흥회 이탈 움직임’이 도미노 현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회가 공식 출범하기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적정한 인력과 운영자금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당분간은 진흥회의 우산아래 있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가 협회 설립에 찬성, 총론적으로는 의견일치를 보았지만 각론에 들어가선 출범 시점을 놓고 양분된 의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어떤 방식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지 주목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