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경쟁력이다>(12)해외 사례

첨단기자재가 전시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우리 대학과 달리 해외 선진대학 실험실은 장비 운영전문가가 연구와 실험에 필요한 장비의 종류를 선택해주는 것은 물론 실험의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최근 새로운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나노기술은 고가의 실험기자재가 필요한 첨단 기술분야다.

 우리 대학은 나노기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나노공학과를 신설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물리학과나 화학과 등 커리큘럼에 나노학을 이론적으로 조금 접목시켰을 뿐 정작 학생들이 수 나노미터의 구조물을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식각장비를 구비한 곳이 없다.

 미국 코넬대는 나노와 바이오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첨단 실험실 장비를 갖춘 것은 물론 조직적인 운영으로 전세계 연구진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 학교의 코넬나노페브리케이션페실리티(CNF)에는 e빔 식각(lithography)장비, 원자현미경(AFM)을 비롯한 78개의 나노관련 첨단 장비들이 가득 차 있다.

 CNF가 보유한 장비중에는 사용법만 익히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복잡한 구조의 기자재도 절반이 넘는다. 이 실험실에 가장 큰 장점은 연구자들이 기자재의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CNF의 장비 운영매니저들은 학생들이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을 조정해주고 연구실 사용과 안전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게 한다. 그들은 또 사소한 장비들의 고장을 수리하는 것은 물론 실험에 가장 적합한 장비를 선택해줘 시간과 비용을 감소시킨다.

 장비 가동률이 1년 내내 95%가 넘는 코넬대 CNF는 나노기술 연구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하버드는 학제 간 공동연구 연구실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한쪽에 치우쳐 연구의 진전을 보지 못하는 과학자들에게 서로 다른 학문을 연구한 연구자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연구실을 운영한다.

 지난해 9월 하버드대학에 설립된 나노 과학 엔지니어링 센터(NSEC)는 하버드대학을 중심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UC샌타바버라 대학,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과대학, 일본의 도쿄대학 등 5개 대학과 보스턴 과학박물관, 부르크하벤 국립연구소, 샌디아 국립연구소, 오크 리지 국립연구소 등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장비를 공유해 전자 스핀과 전하, 양자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선진대학들은 기업과 협력을 통해 양질의 실습교육 제공에도 적극적이다. 워싱턴 주립대학은 보잉사의 지원을 받아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들을 위해 로봇공학과 자동화 실험실을 제공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컴퓨터 코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로봇을 움직이며 실시간으로 화면을 통해 실험할 수 있다. 워싱턴 주립대학은 실제의 하드웨어와 인터넷을 연결해 실험실이 아닌 곳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컴퓨터로 전달되는 영상을 통해 실제로 움직이는 하드웨어를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실험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