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디지털카메라 매니아 2인

 디지털카메라는 합리적이다. 필름이 없어도 되니 유지비가 저렴하다. 컴퓨터만 있으면 별도의 인화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촬영 즉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촬영한 결과물을 줄 때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으므로 편리하다.

 정보기술(IT)산업과 디지털카메라는 합리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IT업계에 디지털카메라 사용자가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통합보안업체인 인젠의 김선우 과장(31)과 포털업체인 라이코스코리아의 전은영 대리(27)는 자타가 공인하는 디지털카메라 마니아다. 두 사람 모두에게 디지털카메라는 업무의 동반자다.

 인젠 홍보팀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 과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회사의 행사를 기획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디지털카메라는 행사의 파수꾼이 된다.

 김 과장은 사진을 ‘말하기의 또 다른 방법’이라고 평가한다. 그가 사진기와 친하게 된 이유는 필연이다. 김 과장은 인젠에 입사하기 전에 제일기획에서 옥외광고와 관련된 일을 했다. 업무의 특성상 옥외광고 자료가 필요했고 이를 아날로그카메라로 만들었다.

 김 과장은 대학에서 영상만화를 전공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모토로 각종 전시회 및 공연을 찾아다니며 찍어온 사진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및 원화의 소재와 배경으로 활용했다. 재학 중에 있었던 ‘일러스트레이션대전’에서도 플로피디스켓 프레임을 사용해 만든 가족사진으로 입상한 경력이 있다.

 사실 김 과장은 아날로그카메라 마니아기도 하다. 국산 카메라에서 시작해 일반적인 카메라 명품으로 평가받는 ‘니콘 FM2’를 거쳐 구 소련 KGB가 사용했다는 ‘로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날로그카메라를 섭렵했다.

 “눈으로 보는 세상과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나의 의지가 들어간 사진은 단 하나뿐인 세상입니다. 색이 주는 시각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컬러 사진도 좋지만 촬영 대상에 대한 집중이나 관심이 더 강한 흑백사진이 아무래도 좋습니다.”

 최근 그가 빠져 있는 디지털카메라는 올림퍼스의 ‘C-3040Z’다. 최근 유행하는 실버톤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해 약간 구형 느낌을 주는 블랙톤의 외형이지만 64MB 스마트카드에 3배 줌과 330만화소를 지원하는 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다른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약한 조명에서도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 대리는 라이코스코리아에서 홈페이지 디자이너로 재직중이다. 전 대리는 홈페이지를 꾸미는 재료를 디지털카메라로 만든다. 디지털카메라로 만든 이미지를 홈페이지에 넣는 것이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전 대리는 주위의 친한 디자이너들과 뭉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참여하면서 디지털카메라를 접하게 됐다. 친한 디자이너 한명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간편하면서도 높은 화질에 반해 장만했다.

 “디지털카메라의 주된 용도는 홈페이지의 이미지컷 마련입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미지컷은 가격도 비싸지만 내가 원하는 형태의 사물이나 구도를 정확히 찾아낼 수 없습니다. 결국 디지털카메라가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셈이죠.”

 전 대리의 디지털카메라를 단지 업무용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고부터는 여행갈 때 친구들과의 모임, 혹은 그냥 길을 지나치다가도 우연히 예쁜 광경을 보면 어김없이 셔터를 누른다.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다니면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절대로 놓치지 않고 간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무실과 집을 직접 찍은 사진들로 장식을 해놓으면서 이제는 디지털카메라가 생활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전 대리가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는 니콘의 ‘쿨픽스950’. 아날로그카메라의 명가답게 뛰어난 화질을 자랑한다. 아날로그카메라에 뒤지지 않는 색감이 디자이너인 전 대리의 심미안을 만족시킨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디지털카메라의 매력은 신속함이다. 가방 속에 항상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다니면서 렌즈를 통해 본 자신만의 세상을 사진으로 형상화한다. 업무용 도구로 시작했지만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애정은 이미 무생물의 한계를 넘었다. 사진의 매력은 디지털시대에도 그대로다. 두 사람은 오늘도 끝없는 사진의 세계를 디지털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