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문화개방 장기 지연 전망....양국 정산 논의 없어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간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관해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한·일 월드컵 개최 이전 추가진전이 기대됐던 4차 일본 문화 개방 문제는 상당기간 뒤로 늦춰질 전망이다.

 문화관광부 고위관계자는 22일 “정부는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역사교과서 왜곡 시정 거부에 따라 중단을 선언했던 일본 대중문화 추가개방 문제에 대해 별다른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2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한·일 문화개방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물론 후속 실무자 검토에 대한 합의도 없었다”며 “일본 정부가 교과서 문제에 대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일본 대중문화의 추가개방 자체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는 월드컵 공식음악 가운데 일본어 가창 3곡의 국내 방송을 오는 7월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며 “이는 일본 대중문화 추가개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문화부는 22일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지명관) 회의를 거쳐 2002월드컵 공식음반 2종의 제작·발매를 허용하되 전세계에 발매되는 ‘인터내셔널앨범’에 실린 아나스타샤의 ‘붐붐’과 반젤리스가 작곡한 ‘Anthem’, ‘코리아·재팬로컬앨범’에 실린 ‘Let’s get together now’등 3곡에 한정해 국내 방송을 허용했다.

 문화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그간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4차 개방에 대비해 준비작업을 추진해왔던 케이블TV나 국내 문화산업계는 이 문제를 장기적인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산업계 중 케이블TV PP인 MBC드라마넷이 지난달 일본 후지TV와 인기드라마 3개 타이틀 34편의 국내방영권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부 업체가 4차 개방을 앞두고 일본 방송프로그램의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