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냐, 경쟁이냐.’
LG전자의 ‘SI전문 자회사’ LG엔시스와 LG그룹의 SI 계열사인 LGCNS의 관계 구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엔시스는 지난 1월 LG전자에서 주전산기 사업을 담당했던 디지털시스템즈&솔루션(DSS)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회사. 서버 시스템과 각종 솔루션 공급을 주력으로 내세운 LG엔시스가 SI업계에서 이미 최정상급의 지위를 구축한 LGCNS와 협력관계를 유지할지 아니면 정면 대결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사의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양사가 SI분야에서 경쟁구도로 갈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LG엔시스의 경우 서버시스템·솔루션 공급업체일 뿐 LG CNS와 중복되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LG엔시스의 LG전자시절 주전산기 기반의 프로젝트 실적과 사업영역을 뜯어보면 LGCNS와의 경쟁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힘들다.
실제 LG엔시스는 DSS사업부 시절부터 공공기관·지자체·금융권·군에 서버시스템을 비롯해 금융시스템·지식관리시스템(KMS)·고객관계관리(CRM)·보안 등을 비롯, e비즈니스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오며 SI분야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 LG엔시스는 또 이를 통해 우수한 엔지니어링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270명 규모의 서비스 조직과 전국적인 유통망까지 갖추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LG엔시스가 언제든지 LGCNS의 경쟁자로 부각될 수 있다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즉 LG엔시스가 시스템·솔루션 위주의 장비사업 경험과 컨설팅 능력, 자체 솔루션을 탑재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장비공급 위주의 사업에서 탈피해 SI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욱이 과거 DSS사업부는 LGCNS가 아닌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SI프로젝트 수주전에 뛰어든 적이 있다. LG엔시스로 독립한 후에도 타 SI업체에서 수주한 지자체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사업에 솔루션 등을 공급했다.
LG엔시스의 한 관계자는 “LGCNS와는 사업영역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시스템·솔루션 공급자 차원에서 어떤 SI업체와도 사업을 같이 할 용의가 있다”며 LGCNS와의 경쟁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에대해 LGCNS측도 “LG엔시스와는 사업분야가 서로 달라 협력하고 공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면서도 “LG엔시스가 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해 왔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LGCNS 외에 다른 SI업체와 손잡고 SI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양사가 경쟁관계에 대해서는 일단 강력히 부인하면서도, 동시에 그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는 셈이다. 여하튼 SI시장에서 LG엔시스와 LGCNS가 맞붙게 될지 여부는, 최근 조직개편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달부터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LG엔시스의 행보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