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거래가 인상 랠리 마감하나?’
지난 12월 초부터 4개월째 이어져 온 D램 고정거래의 상승 행진이 주춤거리면서 D램시장이 본격적으로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D램 고정가 인상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현물시장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이면서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주요 D램업체들은 이달 중순 대형 PC업체들과 D램 공급가 협상을 벌여 8차 가격인상을 시도했으나 일부 극소수 품목을 빼고는 가격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량이 빠듯한 극히 일부 품목의 거래가를 올린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가격에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면서 “다음주 초로 예정된 고정거래가 협상에서도 재인상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1∼2개월 동안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을 앞두고 3∼5% 수준에서 소폭 인상될 것으로 보는 전망과 8차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려 왔다.
이처럼 고정거래가 상승세가 주춤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급격히 이뤄진 가격급등에 따른 대형 PC업체들의 저항이 커지면서 D램업체들이 가격인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28M SD램을 기준으로 한때 4.37달러까지 올랐던 현물가격이 3.5달러(25일 기준)대까지 떨어져 5달러가 넘는 현재의 고정거래가에 훨씬 못미치는 점이 가격인상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PC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고 D램산업 구조조정이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는 등 수급측면에서 확실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것도 가격인상 실패의 한 요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공급량 부족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어 수급 불균형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고정거래가가 하락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D램업체의 한 관계자는 “PC업체들이 현물시장에서 물건을 수급하기도 어렵고 현물시장의 물건도 달리는 상황이어서 2분기에는 현 가격대가 유지되거나 등락이 있더라도 극히 작은 폭에 그칠 것”이라며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수요회복 정도에 따라 고정거래가가 다시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