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유통을 30년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국내 시스템업체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아 납기를 맞추고 기술을 지원하면서 갈등과 화해를 반복해야 했죠. 예상치 못했던 IMF를 맞아 전체 임직원의 절반 이상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던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국내 전자·통신산업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은 여전합니다.”
지난 22일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반도체 유통전문업체 동백물산 김동웅 회장(62)은 지난 30년간의 반도체 유통 외길을 이렇게 회고했다.
75년 일본 교세라와 계약을 맺고 국내에 LED 공급을 시작하면서 반도체와 인연을 맺었고 76년부터는 10년간 내셔널세미컨덕터와 독점적 계약을 통해 본격적인 반도체 유통회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또 현재 주력 협력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아날로그디바이스 등과도 10년이 넘는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가장 큰 보람은 80년대 국내 통신산업의 기초를 다진 전(全)전자교환시스템 TDX-1, TDX-10 사업에 참여했던 일. 코덱스 필터와 콤보 등 TDX의 핵심 칩세트를 공급하고 내셔널세미컨덕터 기술진과 몇달간 집단 합숙을 통해 국내 최초의 통신인프라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작은 희열을 느낀다는 김 회장.
“반도체 유통회사가 단순히 납품만을 전담하는 심부름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라는 김 회장은 앞으로 기술력 보강에 더욱 힘을 쏟을 생각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디자인센터를 마련, 고객기술지원 및 응용기술 개발을 진행중이고 지난 2000년에는 블루투스·무선랜·디지털오디오방송 시스템을 개발하는 보아테크라는 통신시스템 자회사도 설립했다. 국내 통신시장이 급성장 추세인 만큼 응용기술 개발을 통해 다양한 통신시스템업체들을 고객사로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김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 1억달러, 내년에는 1억5000만달러로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보아테크를 육성해 상장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임직원과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환원하기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 임직원들과 협력기관 자녀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도 펼칠 생각이다.
“창립 40주년사는 동백물산을 이끌고 있는 2세대, 3세대가 맡길 바란다”는 김 회장은 전문 경영인을 발굴, 대표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하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