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속의 장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면 실제 수술시에 많은 도움이 될텐데’ ‘건물을 짓기 전에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으면 더욱 편안한 주거환경을 만들 수 있을텐데’.
이화여자대학교 SK텔레콤관에 위치한 ‘컴퓨터그래픽스/가상현실연구센터(CCGVR:Center for Computer Graphics and Virtual Reality http://chanel.ewha.ac.kr/∼ccgvr)’.
이곳에서는 가상현실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시스템 연구개발 작업이 휴일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21세기 정보사회 패러다임 변화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 ‘가상현실(VR)’을 연구하고 이를 통한 기술 축적 및 전문 개발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 98년 설립된 CCGVR는 이후 다자 공동 가상현실 환경기술, 3차원 형상 모델링, 다중 영상정보 정합 및 압출 기술 등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해오고 있다.
CCGVR에는 센터장인 김명희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교수를 비롯해 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서울대학교 등의 교수진과 석박사급 연구원 60여명이 참여해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CCGVR에서는 △다자 공동 가상현실 환경 구축기술 연구(연구책임자 김명희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교수) △사진 얼굴의 3차원 모델링 및 애니메이션(김창헌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부교수) △새로운 메타볼의 표현과 가시화 방법 설계 및 구현에 관한 연구(민경하 이화여대 CCGVR 연구전담교수) △변속 동적 물체를 고려한 영상정보 정합 및 압측에 관한 연구(최윤식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부교수) △색채 및 디자인 기반 현실감 표현기술 연구(장동훈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부교수) △3차원 형상 모델링 및 처리기술 연구(김명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부교수) 등 6개 세부과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제1 세부과제인 다자 공동 가상현실 환경 구축기술 연구는 기존 모니터를 통한 컴퓨터 작업환경에서 벗어나 보다 실세계와 비슷한 작업 환경을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수행되고 있다.
CCGVR는 이 작업을 통해 수평 형태의 ‘가상테이블’과 수직 형태의 대형 ‘프로젝션 월’을 사용하여 다수의 사용자가 공유할 수 있는 가상환경을 구축하는 동시에 각각의 환경에 적합한 사용자 인터액션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사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그래픽 객체들과 실제 영상을 합성하고 다수의 원격지 사용자가 합성된 객체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개발한다.
CCGVR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어려운 기계 조작법에 대한 훈련, 다양한 사이버 교육, 도시계획·건축설계·모의수술 등 관련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 작업을 이끌고 있는 김명희 교수는 “상반기 내로 완전 몰입형 지원 장비인 ‘케이브(Cave)’를 도입해 기존 반몰입형 장비인 가상테이블과의 네트워킹을 통한 가상현실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2 세부과제인 사진 얼굴의 3차원 모델링 및 애니메이션 연구는 정면 방향의 사진을 이용해 3차원 얼굴 모델을 빠르고 쉽게 복원할 수 있도록 하고 복원된 모델을 바로 애니메이션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작업이다.
특히 이 작업은 3차원 스캐너와 같은 기존의 3차원 모델 복원 기법들이 가지고 있던 단점, 즉 고가의 장비를 요구하거나 즉각적인 모델의 복원이 어려웠던 점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기술은 영화 속 대역배우의 얼굴 교체, 인터넷 디지털 영화, 3차원 게임 캐릭터 모델링 및 애니메이션 제작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 3세부과제로 수행되고 있는 새로운 메타볼의 표현과 가시화 방법에 관한 연구는 체적 데이터로부터 다각형 기반 물체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복원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구현된 다각형 기반 물체를 3차원 모델링 기법 중의 하나인 메타볼로 변환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한다.
이 연구의 결과물은 의료 영상이나 과학적 가시화, 3차원 데이터 집합 등과 같은 대상으로부터 3차원 물체를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중 메타볼 연구는 이를 지원하는 상용 소프트웨어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속 동적 물체를 고려한 영상정보 정합 및 압축 연구도 3차원 영상기술에 많은 응용이 기대되는 작업이다.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 운동 경기자, 보행자, 자동차 등의 움직이는 물체들로 인하여 배경이 가려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수작업으로 보정할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점이 있다. 이 연구는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 작업은 물체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물체의 변형과 속도를 포함하는 보다 일반적인 영상정합을 가능케하는 알고리듬 연구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준다.
이밖에 색채 및 디자인 기반 현실감 표현기술 연구는 건축·디자인·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합한 디지털 색채 및 소재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가상 현실 공간에서 다중 사용자간 네트워크를 통한 효율적인 인터페이스 개발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제6 세부과제인 3차원 형상 모델링 및 처리기술 연구는 ‘스윕(sweep)’ 기반 3차원 모델링 시스템 개발, 3차원 회전동작제어를 위한 3D 트랙볼 장치 기술 개발, 3차원 자유형상에 대한 계산 기하학적 알고리듬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CCGVR는 이러한 세부 수행 과제를 통해 ‘LED 및 적외선 반사체를 이용한 트랙기법’ ‘가상현실 인터랙티브 빌딩 모델링 시스템’ ‘3차원 포토 아바타 모델링’ ‘근육 기반 3차원 얼굴 표정 생성기’ ‘양손을 이용한 사용자 인터랙션 기술’ 등 다양한 가상현실 및 3D 모델링 기술 확보에 성공했으며 웹 기술을 이용한 동영상 콘텐츠 전송기술, 디지털 성형 수술 등은 산업체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상용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 센터는 해외 학술기관 및 대학 연구소와의 교류 확대, 산업계와의 공동 연구 추진 등을 통해 국내 컴퓨터 그래픽 및 가상현실 분야의 최고 연구기관으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다.
◆인터뷰-김명희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교수
“대학 연구소의 본분은 관련 분야의 기초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활동을 통해 국내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에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화여대 ‘컴퓨터그래픽스/가상현실 연구센터(CCGVR)’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명희 교수(49)는 “대학 연구소의 특성상 장비와 연구비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없진 않지만 기술력 하나는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며 “수년내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가상현실 분야의 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김 교수가 가상현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 기술의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 때문이다.
김 교수는 “가상현실 기술은 건축설계·사이버교육·의료장비·방송·게임·애니메이션산업 등 전방위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며 “그렇기에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기술 개발이 시급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CCGVR의 효과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위해 미국·독일·싱가포르·오스트리아 등 4개국 연구기관들과 구성한 ‘버추얼테이블컨소시엄’ 활동, 이스라엘과의 국제학술대회 공동 개최 등 해외 연구계와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는 슈퍼컴퓨터센터, 해양연구소, 현대자동차 등 세곳에서만 도입·운영하고 있는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 장비인 ‘케이브’를 6월 말 도입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 장비를 도입하게 되면 기존 반 몰입형 장비인 가상테이블 및 프로젝션 월과의 연계가 가능해져 그동안 수행해 온 다자간 공동 가상현실 기술 개발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힘든 과정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동료 교수진들과 학생들이 고마울따름”이라는 김 교수는 “최근 컴퓨터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컴퓨터 그래픽 기술 및 인간과 컴퓨터간의 상호 작용을 구현할 수 있는 가상현실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다시 한번 가상현실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을 맺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