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음 컬러 이동통신단말기에 주 전원을 공급하는 2차전지가 없다면 아름다운 벨소리와 선명한 캐릭터를 듣고 볼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하다. 2차전지가 없이는 이동통신단말기는 가장 기초적인 기능조차 수행할 수 없다. 그래서 2차전지는 사람에 빗대어 이동전화 회로 곳곳에 피를 공급하는 ‘심장’에 비유된다.
사람에게 있어 심장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2차전지는 고도의 기술력과 엄청난 초기 투자비를 요구하는 첨단산업이다. 이에 따라 99년 이전까지 국내 이동전화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및 리튬폴리머계 2차전지는 대부분 일본·프랑스 등에서 고가에 수입돼 왔다.
그러나 삼성SDI와 LG화학의 국산화 노력에 힘입어 국내 2차전지산업은 지난 97년에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 만 2년만인 99년 하반기부터 국산 이동전화에 채택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국내 2차전지 생산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5%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2차전지의 국산화는 소니·산요 등 일본업체들의 무리한 단가인상이나 공급시기 조정 등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이동전화 가입자 3000만명 돌파에의 숨은 공로자로 평가될 만하다.
현재 국내 2차전지 국산화를 주도하는 업체는 LG화학과 삼성SDI. 지난 99년 7월 양산을 시작한 LG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월 300만셀의 리튬이온전지 생산능력을 보유, LG전자를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SDI도 이에 뒤질세라 그 다음해에 양산을 시작, 월 480만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며 삼성전자 등 이동전화 제조업체들에 ‘심장’을 지원하고 있다.
LG화학의 2차전지 국산화를 선도하는 사람은 고분자 가공에 관해 10년의 연구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명환 상무. 김상무는 믹싱·코팅 등 전극 관련 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대덕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LG화학의 리튬이온전지 개발팀을 이끌고 있다.
삼성SDI는 정복환 상무와 김기호 박사를 중심으로 기흥 소재 중앙연구소와 천안공장에서 리튬폴리머전지와 리튬이온전지 등 2차전지에 사용되는 기초소재 및 생산기술 연구팀을 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종합기술원·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서 2차전지 관련 경력을 축적한 베테랑들이다. 이 중 핵심인물인 정 상무는 양극활물질 등 소재와 충방전기 등 장비에 관한 독자기술을 확보한 기여를 인정받아 장영실상과 정약용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