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보급률 3000만 시대를 여는 데는 이동전화 핵심부품기술의 급진전과 국산 대체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동전화의 ‘얼굴’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고도화는 이동전화의 기능을 단순 이동형 ‘전화기’ 수준에서 ‘주머니속의 멀티미디어 기기’로 탈바꿈시켰다.
게임·캐릭터 등 컬러 무선 인터넷의 상용화로 이동전화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도 다름아닌 디스플레이다. 흑백만을 표현하던 디스플레이 기술이 4그레이를 거쳐 256컬러와 6만5000컬러 등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이동전화가 언제 어디서나 멀티미디어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제5의 미디어’로 자리매김하는 것.
국내 이동전화용 디스플레이 개발의 산실은 삼성SDI(대표 김순택). 이 회사는 국내 이동전화 시장이 급성장세를 타던 지난 96년 말부터 이동전화용 보급형 액정표시장치(STN LCD)를 생산하기 시작, 현재 3개 라인에서 월 6500만개를 쏟아내고 있다. 현재 삼성SDI 전체 LCD 매출의 80% 이상이 이동전화용이다.
삼성SDI는 99년 초부터 현재 대부분의 흑백 이동전화에 채택되는 4그레이 제품을, 99년 말에는 듀얼폴더용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2000년 초반에는 컬러 이동전화용 256컬러 LCD를 개발, 이동전화의 컬러화를 주도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4096컬러와 반사형 6만5000컬러 LCD를 상용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SDI에서 이동전화용 디스플레이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심임수 전무. 심 전무는 입사 이후 계속 LCD 분야에 몸담으며 기술개발팀 김기두 상무, 김태수 차장 등과 이동전화의 색깔을 바꾸는 데 산파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 승진 1년만인 올해 전무로 발탁됐다.
심 전무를 구심점으로 한 삼성SDI의 이동전화용 LCD 개발팀은 최근 또 하나의 ‘역작’을 발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동전화로 영역을 넓히는 고화질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와 기존 STN LCD의 장점(저소비 전력)을 결합한 신개념 LCD, 이른바 ‘UFB LCD(Ultra Fine & Bright Liquid Crystal Display)’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이들이 각고의 노력끝에 만들어낸 이동전화용 LCD는 국내 독보적이자 세계 3위권으로 부상한 삼성전자를 필두로 현재 어필텔레콤·팬택·텔슨전자 등 국내 전문업체와 모토로라·노키아 등 외국업체들을 통해 전세계로 보급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오늘도 조그마한 이동전화에 또 다른 색깔을 불어넣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