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기 ‘애니콜’ 신화의 산파는 빌드업(build up)기판 개발자들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세계 이동통신단말기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주인공들은 우리나라 인쇄회로기판(PCB)산업에 종사하면서 빌드업기판을 개발·양산화한 기술인력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기술인력의 작품인 6∼8층의 고다층인쇄회로기판(MLB)인 빌드업기판은 비록 소비자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보다 작고 보다 가벼운 것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도록 이동전화 경박단소화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부품이다. 특히 빌드업기판의 국내 상용화로 이동전화의 기능이 대폭 강화될 수 있는 촉매역할을 했으며 이것이 이동전화 3000만 보급시대를 여는 데 일조했다.
이동전화용 빌드업기판 국산화의 선봉장은 삼성전기 연구소장으로 재직중인 박건양 전무가 손꼽힌다. 박 전무는 지난 97년 이동통신단말기용 빌드업기판을 생산할 때 필요한 고가의 레이저드릴을 과감하게 구매할 것을 삼성그룹측에 적극 주장함으로써 지금의 엄청난 ‘애니콜 신화’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박 전무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삼성전기 기판사업본부를 총괄한 이병호 상무도 이동통신단말기의 확산에 기여한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대덕전자 연구소장인 이진호 전무도 삼성전기에 이어 지난 98년 두번째로 이동통신단말기용 빌드업기판을 개발,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전무는 PCB산업에 몸을 담은 기술인력 가운데 최고의 원로로 이동전화용 빌드업기판 대량생산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LG전자 연구소장인 김용일 부장과 기술지원실 김형근 부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이들은 LG전자가 지난 99년부터 레이저를 이용한 마이크로 비아 공법을 완성, 빌드업기판을 양산·상용화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손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동전화의 각종 부품을 실장하는 ‘밭’으로 비유되는 빌드업기판을 국산화하기 위해 설계기술과 도금기술, 레이저 가공기술, 화공기술 등에 종사하면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일선 PCB업계 기술인력들의 노력 없이는 이동전화 3000만 보급시대가 늦어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결코 무리는 아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