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3000만명 시대`>숨은 주역들-네트워크 장비

 지난 99년 2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어느새 활짝 열리고 있는 이동통신가입자 3000만명 시대. 그 화려한 영광 뒤에는 실제 가입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늘의 이동통신대국을 언급하는 데 있어서 빠져서는 안될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자들의 땀과 열정이 숨어있다.

 일반 가입자들에게는 오직 최신형 단말기와 ‘01X’로 불리는 통신사업자만이 각인돼 있지만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좋은 단말기와 다채로운 서비스라도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96년 첫 한국형 CDMA시스템이 상용화된 이후 과거 선배들이 이뤄놓은 업적이 바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결국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가입자 3000만 시대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홍순호 전무(50). 지난 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홍 전무는 98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네트워크사업부의 코어 기술팀장, 비동기식 IMT2000시스템인 UMTS시스템 개발팀장을 거쳐 지금은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 전무는 과거 삼성전자의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입사 9년만에 무선통신개발팀장(이사)으로 고속 승진하는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현재 홍 전무는 모든 것을 3G에 걸고 있다. KT아이컴과 SKIMT의 비동기식 IMT장비 공급 여부에 따라 그동안 이동통신시스템업계에서 삼성전자가 누려온 영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텔레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총괄 이동통신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정경섭 상무도 이동통신시스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정 상무는 CDMA 시스템 초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지금의 IMT2000 시스템 개발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의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에 빠짐없이 참여해왔다.

 LG전자 차세대 통신연구소장인 연철흠 상무(47)는 IMT2000 합동작업반 창립위원이자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무선전송기술 평가권고안의 검증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IMT2000 초기 연구기반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연 상무는 지난해 동기와 비동기식을 놓고 치열하게 벌어졌던 국내 IMT2000 표준 논쟁에서 비동기 방식을 적극 옹호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 80년 금성전기에 입사하면서 통신시스템과 연을 맺은 연 상무는 이후 데이콤(95년), LG정보통신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97년), LG정보통신 차세대통신연구소장 및 IMT2000시스템 연구그룹장을 역임했다.

 LG전자 CDMA시스템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박봉빈 상무(47)도 국내 이동통신시스템 발전사에 명함을 내밀만 한 인물이다. 지난 80년대부터 국책과제인 TDX계열 교환기, CDMA 이동통신시스템 개발 과정에 실무 책임자로 참여했던 박 상무는 최근에 LG전자의 CDMA시스템연구소장을 맡아 이 회사의 통신시스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시스콤의 신인철 전무(53)는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이동통신시스템업계의 마당발이다. 미국 벨 및 모토로라 연구소(84∼95년)에서 연구개발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95년부터 옛 현대전자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후 국내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에 한 몫을 했다.

 신 전무는 당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관한 CDMA 디지털 이동통신시스템 국책 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해 이동통신용 교환기(MSC), 가입자정보처리장치(HLR), 지능망(WIN), 기지국(BTS), 기지국제어장치(BSC) 등의 개발을 총괄하기도 했다.

 신 전무는 이후 99년부터는 동기식 IMT2000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cdma2000 1x 개발을 이끌었으며 현재는 현대시스콤의 통신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이들 외에도 국내 이동통신시스템 발전에 공을 세운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아마도 국내 이동통신시스템 발전의 일등공신은 묵묵히 연구소에서 밤을 새우며 연구개발에 매달린 일선 연구원들일 것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연구소의 불을 밝힌 그들이 있기에 오늘날 이동통신 가입자 3000만 시대가 열린 것이고 다가오고 있는 IMT2000 시대도 그들의 땀과 열정이 열어나가는 것임이 분명하다.

 

◆인터뷰-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홍순호 전무

 “지난 90년대 초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와 공동으로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후 94년 처음으로 CDMA 방식의 통화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투자 지원속에서 이뤄낸 쾌거였음에도 당시 국내외 여론은 냉담했습니다. 처음 시도되는 CDMA 시스템에 대한 불안때문이었죠.”

 현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홍순호 전무(50)는 CDMA시스템 개발 초기의 어려웠던 상황을 떠올리며 지금의 3000만 가입자 시대에 대한 흥분을 가라앉혔다.

 홍 전무는 “당시 실제 시스템 장비를 현장에 설치해 놓은 상태에서도 CDMA방식으로는 정상적인 이동통신서비스가 힘들었고 기존 아날로그통신서비스인 AMPS 방식을 주장하는 여론이 끊이질 않았다”며 “이후 96년 4월 본격적인 CDMA서비스가 시작되고 나서야 하나둘 그러한 불만의 소리가 잦아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전무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고된 행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7년 PCS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한단계 더 높은 발전을 이뤘고 이를 발판으로 98년에는 미국과 호주 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해외 시장은 여전히 높은 벽이었다.

 일종의 사회 인프라라는 이동통신시스템의 성격상 해당 국가가 쳐놓은 진입 장벽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사실 과거 해외 진출을 시도할 때 유무형 진입 장벽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수출 인프라 구축, 표준화 논쟁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아쉬웠죠.”

 과거의 어려움은 모두 지난 얘기로만 존재할 뿐. 이제 홍 전무의 시선은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에 맞춰져 있다. 그는 “1x EV-DO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향후 EV-DV 시스템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차세대 4G 시스템 표준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국을 이동통신시스템 주도국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터뷰-LG전자 시스템사업본부장 박정건 부사장

 “CDMA기술을 통해 과거 외국 시스템업체의 시장 독점과 기술 종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동통신기술은 우리 정보통신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산업입니다.”

 LG전자 시스템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정건 부사장(54). CDMA 통신시스템의 태동기부터 연구소와 공장을 거쳐 영업에 이르는 전분야에서 활약해 온 그에게 이동통신 가입자 3000만 시대의 의미는 남다르다.

 국내 이동통신시스템의 발전이 해외 기술로부터의 독립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을 이동통신기술의 변방이 아닌 주도국으로 만들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CDMA 기술 개발은 선진국가와의 기술격차를 극복하는 분기점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하고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 부사장은 최근에는 CDMA 기술의 국내 안착에 만족하지 않고 CDMA의 세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cdma 1x 시스템을 이동통신의 본고장인 미국에 수출했으며 베트남에서도 SK텔레콤과 합작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유명 시스템업체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소탈한 성격과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박 부사장은 그동안 LG전자의 cdma2000 1x 및 cdma2000 1x EV-DO 시스템 개발을 진두지휘하면서 비동기 IMT2000 시스템 개발도 이끌어왔다.

 “지속적인 CDMA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통신 환경에 적합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아가서는 IMT2000 등 3세대 시장에서 해외 업체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그의 다짐에서 국내 이동통신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해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