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과 국내 증시의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 테러 이후 국내 증시는 급상승한 반면 나스닥시장은 테러 전 지수를 회복하는 수준에서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25일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879.41로 미 테러후 지수가 가장 낮았던 지난해 9월 17일 지수 468.16보다 무려 87.8%나 올랐는데 반해 나스닥시장은 1851.39로 1423.19(2001년 9월 17일)보다 30% 상승하는데 그쳤다. 코스닥지수도 이 기간 103% 올라 나스닥시장과의 차별화 현상이 뚜렷했다.
지난해 미 테러 전 국내 증시는 나스닥과의 상관도 면에서 세계 신시장 중 가장 높은 0.9 이상의 수준을 보였으나 최근 주가흐름을 고려해 볼 때 0.5 이하로 국내 증시와 나스닥시장의 상관도가 크게 약화됐다. 지난 2000년 4분기 코스닥-나스닥 상관도는 0.76으로 코스닥시장이 자체적인 테마나 재료보다는 나스닥의 동향에 따른 매매경향이 짙었다.
특히 IT기업이 주로 등록되어 있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나스닥과의 상관관계에서 더욱 차별화된 양상을 보였다. 이는 최근 국내 증시가 펀더멘털을 위주로 한 실적장세가 펼쳐지면서 나스닥과는 달리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코스닥시장이 나스닥시장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게 된 것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먼저 상장·등록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공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상장·등록기업들의 대외 경쟁력 체질이 개선돼 예전의 대외의존형에서 독자생존형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상대적 저평가’로 몰리면서 긍정적 매수 시그널을 보내고 있으며 D램의 국제현물가격 인상도 나스닥에 비해 국내 증시가 상대적 수혜증시로 떠오르면서 투자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이와함께 탄탄한 내수시장과 함께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객예탁금이 크게 늘어난 것도 나스닥시장과 차별화된 국내 증시의 성장요인으로 풀이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의 경우 나스닥 의존도가 심해 전날의 나스닥시장 상황이 국내 증시에 거의 유사하게 반영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의 흐름은 나스닥과의 차별화가 뚜렷해져 더 이상 종속적인 관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차별화 현상은 계속 확대돼 앞으로 국내 증시의 ‘나스닥 독립화’는 확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