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가입자 3000만명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와 관련, 각계 인사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대부분의 인사들은 이동전화 3000만 가입자 돌파는 ‘통신강국 e코리아’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각종 기술개발과 상용화 노력을 기울여 명실상부한 통신분야 세계 최강국 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반면 일부 인사는 수치적인 것에 현혹돼 자칫 자만하면 오히려 미·일 등 선진국에 뒤질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각계 각층의 의견을 모아 정리한다. 편집자
◇신재철 한국IBM 사장=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수 3000만명은 사실상 전국민의 네트워크화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전국민의 70%에 육박하는 인구가 무선통신망으로 연결돼 ‘이동통신 컴퓨터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며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사용기술과 장비 그리고 3000만대가 연결된 컴퓨팅파워를 보유하게 된 것을 뜻한다. 문제는 이처럼 잘 갖춰진 통신인프라를 우리의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있다. 아직까지는 무선통신이 통화 이외 증권업무나 게임 같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이용분야가 다양하게 늘어난다면 그로 인한 생산성 향상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본다. 최근에는 B2B·B2C의 영역을 넘어 모바일부문에서도 B2E 개념의 무선통신이 각광받고 있다. 컴퓨터와 유무선통신 그리고 각종 인텔리전트 가전기기가 웹에 연계되면 다이내믹한 e비즈니스가 가능한 ‘퍼베이시브 컴퓨팅’ 시대가 예상보다 일찍 열릴 것으로 본다. 국내 이동통신 인프라가 개인활용 차원을 넘어 기업의 핵심업무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시기가 앞당겨길 것으로 기대한다.
◇허운나 민주당 국회의원=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이동전화 가입자 3000만명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전국민이 부담없는 비용으로 마음껏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돼 대화와 이에 따른 공론 형성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정보통신산업을 견인했으며 이와 관련한 서비스를 매개로 수많은 벤처기업도 탄생하게 됐다. 특히 CDMA 상용화를 통해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울 정도다. 얼마전 ‘세빗’에서 독일 슈뢰더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IT산업이 발전하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이동전화산업의 발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미래비전으로 등장하고 있는 사이버공간 및 모바일 커머스에 대한 법적인 토대와 기술표준 기반을 확립시켜야 한다. 기업 역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소비자들이 더욱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반마련에 힘써야 한다.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지난 84년 5월 2600여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1세대 이동통신인 아날로그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30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것은 세계 통신강국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그러나 이제는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성장을 이룩해야 할 때다. 보다 많은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해 더욱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무선인터넷 분야는 우리나라가 또한번 도약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기술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려는 노력은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이며 이를 위한 우리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따라서 서비스 업체는 물론 장비업에, 단말기업체, 무선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 등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정부와 학계·연구계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 아니할 수 없다.
◇노종선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우리나라 전국민의 3분의 2가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동통신의 궁극적인 목표가 실질적으로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한 3000만회선의 새로운 무선통신 인프라 구축을 의미한다. 이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새로운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특히 최첨단 통신기술을 이용한 CDMA방식의 제2세대 이동통신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 성공은 앞으로 CDMA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3, 4세대 이동통신시스템으로의 진화를 위한 기술기반과 시장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이른바 디지털경제의 중심인 이동통신서비스와 장비산업의 수출 및 내수시장이 크게 확대돼 여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커진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기술력 하나만으로도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 3000만명은 단순히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질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세계 이동통신 가입자의 절대 다수는 2세대 채널에서 벗어나고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입자의 절대 다수는 3세대 이동통신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서 신경제 발전의 척도를 읽을 수 있다. 이동통신은 첨단 신기술을 대표하는 생활용품이다. 가입자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이 일상적인 생활에서 첨단기술과 조우할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신경제를 발전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우리는 유선전화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상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손에 무선전화기를 들고 다닌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인 셈이다. 그러나 자만은 하지 말자.
◇임정수(정보통신부 이동전화담당 사무관)=바야흐로 ‘이동전화 만능시대’인 것 같다. 기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손안의 이동전화 하나면 이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카드결제·증권거래 등은 물론 인터넷망을 통한 각종 정보검색도 가능하고, 전자수첩·디지털카메라 등의 소형 전자제품 기능도 모두 이동전화 속으로 빨려들어오고 있다. 이동전화와 무선인터넷이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다. 이동전화에 칩까지 내장해 신용카드는 물론 신분증 기능, 출퇴근 기능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동영상 전송은 물론 내이게이션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동전화가 새로운 세상을 열 것으로 확신한다.
◇김지영(22·대학생)=이동전화 가입자가 벌써 3000만명이나 된다니 놀랍다. 친구들 사이에도 이동전화는 생활의 필수품목으로 등록된 지 오래다.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하고 인터넷을 즐기기도 한다. 게임도 가끔씩 하고 일정관리나 친구 주소록도 휴대폰으로 관리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악도 이동전화를 통해 듣는다. 쇼핑·여행, 심지어는 금융정보도 이동전화를 이용한다. 물론 결제도 쇼핑후 이동전화로 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제 이동전화가 없으면 어쩐지 불안하고 친한 친구가 없는 듯한 느낌이 될 정도로 돼 버렸다.
◇정희정(34·주부)=우리집에서도 남편과 내가 함께 이동전화를 각자 갖고 있으니 3000만시대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남편만 이동전화를 갖고 있고 나는 유선으로 활용했으나 밖에라도 나갈라치면 무선이 유리할 것 같아 유선을 해지하는 조건으로 이동전화를 장만했다. 남편과 내가 이동전화를 사용하다 보니 통화료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만족도를 생각하면 장만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편리해서 좋다. 또 나만의 공간과 커뮤니티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좋다. 그러나 가입자 규모에 걸맞게 전화요금을 내리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
◇서보상(30·회사원)=이동전화는 내 수족이나 다름없다. 이동전화가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산으로 들로 여행을 가거나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보통 때와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해외여행시 요금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로밍해서 쓰다 보면 시공간을 이동해 한 자리에서 통화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이유로 이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로는 업무전화가 귀찮게 느껴지면 손안에 딱 맞아 감촉이 좋은 이동전화를 습관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증권거래정보와 친구 전화번호를 찾을 때도 이동전화로 먼저 검색하고 나서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