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 매각 재시동 걸리나.’
한국전력이 곧 파워콤 지분매각을 위한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그동안 한국전력은 미국 뉴브리지캐피털과 캐나다 CDP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매각협상에 빠진 가운데 하나로·두루넷·신한맥쿼리컨소시엄과 협상을 벌였으나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당초 한전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아 협상이 결렬됐을 가능성도 제시하지만 하나로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응찰함에 따라 자동으로 유찰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하나로통신-두루넷-신한맥쿼리금융자문컨소시엄과 미국 뉴브리지캐피털, 캐나다 CDP사 등 3개 컨소시엄과 협상을 벌인 후 1개월만에 파워콤 지분 매각을 놓고 한전측과 희망업체간 매각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정은 어떻게 돼나=지난 2월 유찰된 이후 업계에서는 파워콤 재입찰 공고가 이달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파워콤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에 유가증권 매출신고를 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새로운 규정에 묶인 데다 한전측의 어정쩡한 태도로 재입찰 공고가 늦어졌다. 한전측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재입찰 공고를 내고 입찰제안서(RFP)를 발송, 5월중 RFP를 희망업체들로부터 받아 6월초까지는 우선협상대상 업체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정부가 제시한 6월말까지는 대상업체를 최종 선정, 매각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매각조건 변동있나=한전측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 번과 같은 조건이라면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융통성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뉴브리지캐피털과 CDP, 하나로컨소시엄에 참여한 신한맥쿼리 등이 실사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가격 또한 기대 이상으로 높다는 불만을 제기한 만큼 이번에는 실사기간을 늘려줄 것으로 보인다. 가격 또한 융통성을 갖고 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번에는 한전측이 주당 3만원선을 요구한데 비해 하나로컨소시엄 등은 6000원선을 제시, 가격차가 워낙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데다 민영화 지연에 따른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아 수정된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업체가 참여할까=한전 관계자는 26일 “현재 2∼3개사가 파워콤 지분 매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업체간 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지난번 매각협상에 참여한 하나로·LG·SK·포철 등을 이번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지목하고 있다. 하나로는 지난번 컨소시엄을 통해 참여한 만큼 매각협상에 적극적이고 LG 또한 단독이든 자체 컨소시엄이든, 혹은 하나로와 연합하든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무선의 강자인 SK텔레콤이 유선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또 굴뚝주로 대변되는 철강 전문업체인 포철의 참여를 점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하나로컨소시엄 혹은 LG측의 참여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과 포철은 자금여력이 있지만 각각 독점적인 사업자라는 점과 민영화됐지만 공기업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SK텔레콤의 경우는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통신부문 3강구도 재편 방침(?)에 비추어 참여가 쉽지 않고 포철은 무선에서 이미 한번 철수한 마당에 유선을 앞세워 재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LG와 하나로의 경우도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전망=정부의 거듭된 민영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매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선 한전측의 매각 의지가 불분명하고 참여가 가능한 업체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려움이 많다. 한전측이 매각에 성의를 보이려면 우선 업체가 원하는 실사기간(3주 이상)을 줘야 하고 가격 또한 업체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근접해야 한다. 더구나 매각협상에 적극적인 업체들 또한 자금여력이 없다. 그러나 한전측이 새로이 매각협상에 나서는 만큼 성의(?)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우선 6월말까지라는 시한은 넘긴다 하더라도 실사기간을 충분히 주고 보다 융통성 있는 가격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압력도 만만치 않은 데다 하나로와 두루넷의 통합 등 주변여건이 변화하면 파워콤의 기간망에 대한 기대가치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