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과학기술력을 정량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과학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중국은 기초과학이 비교적 강하다고 한다.
실제로 기초과학의 실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논문 발표 실적이나 질에서 보더라도 중국의 기초과학은 강하다. 2001년도 중국이 발표한 국제논문 발표 실적은 세계 8위다. 질적인 측면이 고려된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수록 논문 발표 실적도 세계 8위에 달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기술 중 우주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우주발사체를 필두로 우주기술은 세계 수준에 올라 있다. 모든 종류의 위성을 자체 제작하고, 자체 생산한 로켓을 자체 발사장에서 발사하며, 인공위성을 관제·수신하는 능력까지 보유한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중국은 99년 세계 인류 게놈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인간 게놈의 1%에 대한 해석을 완성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생태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생명공학이 발달할 수 있는 토양도 잘 갖춰져 있다.
응용기술 방면에서는 생명공학·나노기술 등 첨단기술의 산업화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통신 분야와 반도체·재래산업 분야에서는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중국의 장점은 거대한 시장에 있다. 많은 산업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고 막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해외 업체가 기술이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도 외국과 합작할 때는 장기적으로 국산화를 염두에 둔 기술이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과학기술은 기초가 튼튼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이를 중시하는 정책 지원을 받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풍부한 연구인력이 있다는 것이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구 1만명당 연구인력은 우리보다 떨어지지만 순수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인력의 절대적인 숫자는 우리의 5배에 달한다. 중국의 연구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연구인력이 많다는 것이다. 인력이 많은 만큼 동일한 분야를 연구하더라도 우리가 하지 못하는 세밀한 분야까지 연구하며 한 분야를 더욱 세분해 여러 사람이 나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연구인력을 이야기하면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해외 유학인력이다. 현재까지 30여만명이 유학을 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이공계통의 석·박사급 인력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내에서의 활동 기회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유학인력이 귀국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개발구역에는 유학인력을 위한 창업원(인큐베이터)이 있어 유학인력의 귀국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각급 성·시 정부는 유학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제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어 당분간 유학인력의 귀국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며 이들에 의해 중국의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또 최근 과학기술 연구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소 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혁의 목표는 연구생산성 제고다. 연구 결과의 산업화를 중시하며, 중앙정부 소속 242개 산업분야 연구소를 기업화하는 등의 형식으로 개편했다.
이와 동시에 민간기업 연구소의 연구 활동 강화에 정책의 비중을 두고 있으며 민간연구소가 기술혁신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육성·지원하고있다. 이런 기관 개혁과 함께 올해 들어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를 기존 기관 중심에서 과제 중심 관리제도로 변경했다. 현재로서는 과제 중심 제도의 성과에 대해 평가할 단계가 아니지만 연구생산성 제고를 위해 중국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점만은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윤헌주 주중과학관 most-cn@mofa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