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통 채널 가격파괴 채산성 악화 `부채질`

케이블TV홈쇼핑·인터넷쇼핑 등 새로운 유통채널이 ‘가격파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기존 유통과 제조업체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같은 상품과 모델을 기준으로 할 때 크게는 50%까지 저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가격파괴 현상은 가전과 전자제품은 물론 패션·가정용품·식음료 등 상품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제조업체가 대리점 등 기존 유통망과 형평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유통별 가격차별화 전략이 사실상 실효가 없음을 보여줘 주목된다.

 특히 제살깎기식 가격경쟁으로 매출규모는 증가하지만 적자에 허덕여 결국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솔CS클럽은 일반 대리점에서 130만원대에 판매하는 현대멀티캡 14.1인치 TFT LCD 노트북 ‘슈퍼 리베로 3400’을 129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택산 17인치 LCD모니터를 78만3000원, 29인치 평면TV인 LG TV(모델명 CN-29M3F)도 43만3000원에 선보였다. 이는 일반 대리점 가격보다 10∼15% 저렴한 수준이다.

 인터파크도 삼성 에어컨 모든 모델을 할인점 기준으로 8만원에서 15만원 가량 할인해주고 있다. 디지털캠코더·카메라·홈시어터패키지·DVD플레이어 역시 할인점 기준으로 3% 가량 낮은 가격에 판매중이다. HP 파빌리온 제품군, 삼성 노트북, 에이블 노트북(대만산 중저가 노트북) 등 노트북도 일반 대리점과 비교해 5% 정도 싸다.

 이밖에 롯데닷컴과 삼성몰도 자체브랜드(PB)상품의 경우 일반 시중가격보다 20∼30%, 오프라인과 같은 모델일 경우 5∼10% 정도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파괴 현상은 최근 신유통 채널로 급부상하는 케이블TV홈쇼핑 역시 마찬가지다.

 CJ39쇼핑은 지난해부터 ‘이다’라는 의류 PB상품을 평균 20만∼30만원에 선보이고 있다. 반면 이다 브랜드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심설화·박춘무·이정우 등 주요 디자이너가 만든 의류의 경우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80만∼300만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홈쇼핑도 백화점에서 52만원을 호가하는 ‘피에르가르뎅 소네트’ 침구세트를 무이자 9개월 할부에 18만9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니콘 SRL 카메라 역시 백화점에서는 78만원을 주어야 하지만 우리홈쇼핑에서는 59만9000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유통 전문가들은 “유통단계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할인은 가능하겠지만 지나친 가격경쟁은 도리어 적정한 가격질서를 붕괴, 결국 매출규모는 늘어도 손해를 보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