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없는 생활. 이제는 상상할 수 없다.
지난 88년 휴대형 이동전화가 도입된 지 14년. 5년 전만해도 일부 부유층과 비즈니스맨의 전유물이던 이동전화가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컬러액정에 mp3 수준의 벨소리를 갖춘 단말기도 이제는 ‘폼재기’용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조그만한 이동전화로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하는 것은 기본이며 이동전화를 통해 극장표도 예매하고, 애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위치추적도 하며, 식당에서 결제도 한다.
◇생명을 구한 이동전화=밀폐된 냉동기기에 갇혔다가 이동전화로 119를 불러 목숨을 건진 사례, 폭풍으로 무인도에 갇힌 낚시꾼이 이동전화로 구조요청한 경우 등은 이제 더이상 뉴스도 아니다. 외딴 곳에서 사고가 났는데 응급조치가 없을 경우, “이동전화는 뒀다 뭐해”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요즘처럼 똑똑한 이동전화 시대는 스스로 전화할 필요가 없게 됐다. 위성이나 기지국을 이용해 이동전화 위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도에서는 꽃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다 외딴 곳에서 사고가 난 김모씨를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해 실종 3일만에 구조해 내기도 했다. 이 정도면 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의 목숨을 구한 강아지’만큼 칭찬받을 만하다.
◇움직이는 금융기관=이동전화 하나면 은행에 갈 필요도 없다. 증권사 객장 전광판을 보고 노심초사할 일도 없다. 이동전화 버튼 몇개만 누르면 금방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은행 등과 제휴를 맺어 이동전화로 송금, 자금조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증권거래도 마찬가지다. 설정만 하면 실시간 변하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유선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증권사 영업사원에 전화할 필요없이 즉시 매매할 수 있다.
신용카드 기능도 한다. 카드삽입 단말기의 경우 무선인터넷으로 접속해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카드로 살짝 거주기만 하면 ‘승인’ 신호와 함께 결제가 끝난다. 동전이 없을 경우 적외선 및 RF칩을 이용, 자판기에 살짝 갖다대면 길거리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심심할 때 좋은 친구=버스·지하철을 타고 가다 무료하면 무선인터넷을 활용하면 된다. 최신곡으로 벨소리도 바꿔보고 최근 ‘뜨고 있는’ 연애인 사진으로 배경화면을 장식하면 유행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유·무선 연동기능을 활용, 메신저를 이용해 PC방에 있는 친구와 채팅도 하고 게임도 같이 한다. cdma2000 1x EVDO 서비스가 시작되면 소형 단말기로 프로축구 경기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다. 방송사 사이트에 접속해 몇주전 종영된 ‘겨울연가’ 중요 장면도 다시 감상할 수 있다.
낮잠 자다 돼지꿈을 꿨다면 즉석에서 복권을 다운받아 행운을 시험해 볼 만하다. 이동전화 복원으로 횡재한 사람 얘기도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정보의 보고=이동전화는 잘만 사용하면 에누리도 받을 수 있다. 이동전화사업자와 제휴한 일부 극장에서는 무선인터넷 등으로 예매하면 할인을 해준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 등을 지나가다 물건을 사고 싶을때 ‘할인쿠폰’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면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
취업 때문에 고민이라면 무선인터넷으로 구인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채용전문업체에 등록된 자신의 이력서도 원격으로 보낼 수 있다.
이외에도 영어단어가 궁금하면 사전사이트나 검색 사이트에서 뜻을 찾아볼 수 있고 e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 외부에서도 자신의 PC내 정보를 꺼내볼 수 있으며 원격제어를 통해 가정내 가전기기도 켜고 끄는 기능도 있다.
◇다양해지는 단말기=이같은 기능들을 조그만 단말기로 하려면 불편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이동전화 단말기는 현재와 같은 핸드세트 형태뿐만 아니라 PDA, 노트북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올 들어서는 무선랜과 접목된 것도 등장했다.
앞으로 이동전화는 유선인터넷 및 각종 가전기기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종합제어기기가 될 전망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