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라인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이동전화연구개발업체의 최고경영자(CEO)에게 ‘기술개발’과 ‘비즈니스 감각’은 필수다. 기술만으로 해외시장에 제품을 팔 수 없고 역으로 비즈니스 능력만으로도 수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연구개발업체는 제품의 디자인과 설계만으로 매출을 올리는 기술집약적인 성격이 짙고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기가텔레콤 김호영 사장(42)은 회사 직원들로부터 기술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절묘하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CDMA 사업을 본격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수출만으로 회사를 매출 2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CDMA 기술 흐름을 읽는 눈과 시장을 꿰뚫는 감각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동전화단말기업계에서 그는 이단아로 통한다. 이동전화단말기업체들이 제조라인을 늘리고 양적 경쟁을 추구할 때 제조라인을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를 잘아는 지인(知人)들조차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원가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적자를 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생산공장으로 전락하면서 기술종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는 것만이 정보통신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김 사장은 연구개발 사업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못돼 그의 확신을 입증했다. 용역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기가텔레콤은 독자 모델로 브라질 등 남미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호주·중국·일본 등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김 사장의 성공으로 국내에 이동전화연구개발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 지금은 30여곳에 이른다.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외주생산체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해외 원천기술 보유사들의 로열티 라이선스 압박을 피해갈 수 있는 등 사업의 효율성이 높다.”
그는 스스로를 ‘기술을 파는 장사꾼’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CDMA 태동기인 83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기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절감했다. “퀄컴처럼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으로 회사를 키우고 싶다. 제조라인을 없앤 것도 이 때문이다.”
기가텔레콤은 28일 처음으로 중국에 수출할 물량을 선적한다. 이제 중국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올해 중국시장에 10만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가 중국시장에서도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