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기조발제-정보화와 정부개혁

◆김형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IMF 이후 우리 사회는 구조조정 물결에 휩싸였다. 국회도 마찬가지여서 10%의 지역구 의원이 줄었다. 반면 정부는 조직을 늘렸다. 현정부 들어 18부 4처 16청으로 2개 부처가 늘었으며 현재 정부 기관은 48개에 이른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인원을 늘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 조직 확대가 효율성을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정부 조직은 54번이나 바뀌었다. 이는 정부의 문제점을 깨닫고 개혁을 시도했다는 점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그만큼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간단하다. 정부 조직은 수시로 바뀌었지만 정부 개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머리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화시대인 21세기로 진입했지만 정부조직과 정부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의 머리는 여전히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는데서 발생한다.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는 48년도 정부 수립 당시의 정부 조직과 정부 운영 마인드를 여전히 갖고 있다. 농경산업사회의 유물인 이런 정부조직은 글로벌화된 정보화시대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정통부, 산자부, 과기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업무영역 중복으로 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정통부가 추진하던 IT벤처기업거래소와 i파크 설립과 운영, 산자부가 추진하던 한국기술거래소와 IT벤처센터 등 업무 중복, 정통부 IT인력양성대책반과 교육부 IT교육협의회 업무 중복이 바로 그 예다. 심지어 정부 부처는 e코리아, e비즈니스, 시스템온칩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미래도 그다지 밝지 않다.

 정통부가 추진하던 정보화촉진법은 94년에 만들어졌으나 관련부처와 40여차례 공식·비공식 접촉, 부처간 업무영역 다툼이 이어져 96년초에나 발효됐다. 빠른 기술진보가 일어나는 정보통신 시장에서 1년이란 세월은 신기술을 낙후기술로 만들 만큼 긴 세월이다. IT분야와 관련해서도 전자상거래는 산자부, 인력양성은 정통부, 게임콘텐츠는 문화부로 갈등 끝에 조정됐으나 현재도 사사건건 충돌이 일고 있다.

 오마에 겐이치는 “관료기구는 외압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끊임없이 자기증식을 계속한다”는 말을 했다. 이말은 우리 나라의 정치, 행정조직을 살펴볼 때 유효하다. 2001년에 발행된 IMD세계경쟁력연감에서는 우리 정부의 행정효율성은 31위, 부처간 정책공조는 41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보화 강국,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 개혁, 공무원 마인드 전환부터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행정계층구조는 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3단계 계층으로 구성된다. 규모면에서 16개 시·도, 232개 기초자치단체, 200읍, 1223면, 2089동에 이른다. 이러한 행정구조는 1914년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감시와 통치 편의 중심으로 구성된 형태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 만든 행정구조보다 못하다. 그 당시 행정구조는 자급자족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이런 조직으로는 농경사회에서 정보사회,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 등으로 사회시스템이 변화하는 현추세에 부응하기 어렵다.

 재정자립도도 문제다. 광역자치단체인 시·도의 경우에도 재정자립도가 50%를 조금 넘는다. 서울시만 95.6%에 이른다. 전남은 22%에 불과하다. 시도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거둔 세금으로 공무원 월급을 못주는 곳이 56%나 된다. 3급 공무원 한명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국가 예산으로 연간 10억원이나 된다. 공무원 1명의 생산성이 이런 비용을 넘어야 지방자치, 행정자치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수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참고로 장차관 수는 98년도 89명에서 현재 103명, 대통령 직속 정부위원회 수도 5개에서 15개로 늘었다. 중앙공무원은 54만8003명, 지방공무원은 30만31명에 이른다.

 읍·면·동 사무소는 호적초본, 병무기록을 떼어주는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안방에서 온라인으로 가능한 일을 위해 공무원 수만명이 배치돼 있다. 이것이 바로 비효율이다. 비효율에 대한 비난이 일자 일부 동사무소는 이름을 주민자치센터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자치센터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고민해볼 문제다. 동사무소 관련 건물을 유지하는 데는 1년에 5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정보화를 통한 행정 개혁은 바로 이러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한다. 8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샌프란시스코에는 관청이 시청 하나만 있다. 각각의 민원을 시청에서 다 처리한다. 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조직은 400만을 다스리는 부산시청 공무원 수와 비슷하다. 말단 행정자치단체 운영에 들어가는 건물유지비, 부동산비, 공무원 월급을 줄이고 이를 시민에게 환원하려는 샌프란시스코 자치단체의 노력이 거둔 결실이다.

 우리도 행정전산화, 전자정부구현으로 행정계층 기능을 축소하고 공무원 사회를 봉사하는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효과적인 정보화시대에 대비해 경제산업, 미래전략, 인력자원, 사회문화적인 요소를 고려한 행정조직 개혁이 시급하다.

 <정리=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