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심하게 망가지나.’
올해 톱스타들의 연기 화두는 무너지기인 것 같다. 그동안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고상하고 지적인 연기로 사랑을 받아온 꽃미남, 꽃미녀들이 최근들어 기존 이미지를 깨고 무너지는 연기에 몰입해 화제다.
현재 촬영중인 영화 ‘일단뛰어’에서는 모범생의 반듯한 이미지를 가진 송승헌이 여지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오는 4월 19일 개봉되는 ‘아이언팜’에서 역시 깔끔한 귀공자풍의 차인표가 더할 나위없이 얼빠진 사나이로 출연해 망가진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지난 6일 모든 촬영을 마친 울랄라씨스터즈는 버라이어티 코믹 생쇼를 표방한 영화답게 이미숙·김원희·김민·김현수 등 4명의 톱스타 여배우들이 현란한 춤솜씨와 파격적인 의상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사실 무너지기와 망가지기는 정상급에서 전형적인 연기만을 해온 배우들에게는 가장 확실한 이미지 변신 기회다. 순풍산부인과의 오지명,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신구·노주현도 근엄한 연기만을 해오다 오히려 치졸함과 푼수떨기로 새로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경우다.
망가지기의 일면을 보자. 한탕을 노리지만 결정적인 실수로 허탕치고 마는 어설픈 도둑 커플(이문식·정규수)이 자신들이 훔치다 잃어버린 거액의 돈가방을 우연히 주운 고삐리 세 악동 가운데 운 좋게 납치한 성환(송승헌)을 화장실 양변기에서 물고문하는 장면. 이 장면에서 송승헌은 스타킹을 쓰고 물고문 하는 도둑에게 “그 나이에 팬티스타킹 쓰고 뭐 하는 짓이냐”며 오히려 도둑들에게 변기통 물을 뿜어내는 엽기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양변기에 수없이 얼굴을 들이밀어 물을 먹기도 하고 스타킹에 목을 조이는 등 코믹한 송승헌의 연기 때문에 스테프들이 촬영을 못했을 정도.
아이언팜의 차인표 역시 그동안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귀공자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강렬한 눈빛은 흐리멍텅해졌고 카리스마는 처절한 어설픔으로 바뀌었다. 소림사 영화에서 뜨거운 모래에 손을 넣어 수양하는 철사장처럼 사랑의 고통을 승화시키기 위해 차인표가 쓰는 방법은 바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전기밥통에 손을 넣고 단련하는 것. 웃통을 벗어젖히고 밥통 하나만 달랑들고 있는 모습이 바로 차인표의 새로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울랄라씨스터즈는 라이벌 관계에 있는 나이트 클럽의 인수위협에 맞서 클럽을 지키기 위해 기상천외한 그룹으로 변신한 개성만점의 여성 4인방의 통쾌한 활약을 그린 쇼코미디. 김원희야 워낙 끼가 많은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중견 배우 이미숙과 서구풍의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김민의 변신연기는 새로운 흥미를 자아낸다. 이를 위해 이 4명의 여배우들은 6개월 동안 하루 5시간씩 디스코·살사·힙합·탱고 등을 맹렬하게 연습해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