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1000 가자"

거래소 시장이 장중 900선을 돌파하며 1000 고지를 향한 힘찬 재시동을 걸었다.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9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달들어 3번 있었으나 경계매물 출회로 장 마감까지 지속되지 못하고 모두 900선 돌파에 실패했었다.

 27일 거래소 시장은 장초반 상승세로 출발해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전일보다 21.43포인트(2.43%) 오른 902.4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시장에 비해 상승 탄력이 둔화돼 0.54포인트(0.58%) 상승한 93.10으로 마감됐다.

 이날 증시가 900선을 돌파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하이닉스반도체다. 마이크론과의 협상 진척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질적인 수혜주인 삼성전자가 1만4500원(4.15%) 오른 36만3500원을 기록,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그동안 차익실현에 치중했던 외국인들도 매수세로 돌아서 지수상승에 일조했다. 개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며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한 기관들이 지수관련주들을 사들이며 매물을 소화해냈다.

 지금까지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지수 900선을 돌파함에 따라 단기목표인 1000선 돌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00선에서 시가총액은 336조원 수준으로 지난 2000년 1월 4일 지수 1000선의 시가총액인 350조원에 근접했다. 따라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실질적인 저항선은 930∼950선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유동성 여전히 건재=증시 전문가들은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을 제외할 경우 추세적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 예탁금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어 대기 매수세는 풍부한 편이다. 분기 결산을 앞둔 기관들의 수익률 게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기관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개인투자자의 미수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예탁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 과열에 대한 경고를 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미수금 청산은 물량 출회에 따른 부담이 아니라 증시 수급여건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긍정적 평가도 내려지고 있다.

 여기에 27일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비율은 56.49%로 지난 6개월간 최저수준인 55.9%에 근접해 추가매물 부담도 크지 않다. 그동안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했던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세가 주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00선 돌파 최대 관건은 IT수출=900선 돌파의 주역은 내수 부문이다 .식음료와 통신 서비스 등 내수관련 방어주들이 분전한 데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일부 호전된 지표들이 받침이 됐다. 실제로 주가상승률을 봐도 내수가 중심이 돼 지수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수 1000선은 내수부문에서 지수를 견인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성장의 엔진인 IT부문의 수출 성과가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영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900선 돌파 이후 1000 고지 달성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반도체에 이은 하드웨어부문 수출의 가시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IT부문의 1분기 수출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1000포인트까지의 발걸음은 더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여건은 혼조세=국내증시의 성장에 반해 미 증시의 불안, 환율상승, D램가격의 약세 지속 등 시장의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반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최근 급등한 종목들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도 있지만 설 연휴 이후 한번도 무너지지 않은 10일 이동평균선의 지지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지수의 하락은 쉽지 않은 상태다.

 최정일 한빛증권 연구원은 “증시 주변여건은 호악재가 혼합된 양상으로, 투자자들은 개별종목보다는 삼성전자 등 핵심 블루칩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며 “코스닥은 테마주 중심의 접근보다는 종목별 접근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