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메모리 설비투자 착수

독자생존론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가 올해 메모리 부문 업그레이드를 위한 설비투자에 착수해 주목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연내에 메모리 회로선폭을 종전 0.15미크론 이상에서 0.13미크론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하고 최근 미세공정 업그레이드용 핵심장비 발주에 착수했다.

 특히 하이닉스가 공정 미세화를 위해 최근 발주중인 노광장비는 대당 가격이 1000만달러를 호가할 뿐 아니라 주문대수 또한 10여대에 달할 전망이어서 마이크론 협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하이닉스는 이달들어 노광장비인 불화크립톤(KrF) 스캐너 4대를 구입한 데 이어 하반기중에 메모리 제조공정을 0.13미크론 미만으로 미세화하는 프라임칩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기 위해 최소 5대에서 최대 10대의 스캐너를 추가로 도입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는 또 공정 업그레이드에 필수적인 노광장비 외에도 지난해 0.15미크론 공정의 블루칩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자금난으로 갖추지 못했던 기타 전공정 장비도 올 상반기중 도입키로 하는 등 설비확충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는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이 완전 결렬돼야만 하이닉스가 설비투자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던 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이달초 하이닉스가 올해 메모리 부문에 1조원, 비메모리 부문에 3000억원 등 총 1조3000억원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업계 관계자들은 마이크론과의 협상결과가 나와야 하이닉스가 설비투자 여부를 확정할 수 있다고 보고 2분기말 또는 3분기초를 설비투자 가능시기로 점쳐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동부전자, 아남반도체 등 국내 소자업체들이 올해 설비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설비투자에 가장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곳은 하이닉스”라며 “이는 하이닉스가 협상과 관계없이 독자생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키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설비투자에 착수한 것은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지, 독자생존을 염두에두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외부에는 독자생존용 카드로 해석될지 모르겠으나 하이닉스 입장에선 순수하게 기술 업그레이드 차원의 투자며 마이크론과의 협상과정에도 반영된 투자”라고 설명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