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 1번지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는 증권중개인(브로커)과 은행원(뱅커)들이 필수품처럼 들고 다니는 것이 있다. 바로 캐나다의 중소 벤처기업 리서치인모션(RIM http://www.rim.net)이 개발한 ‘블랙베리’라는 양방향 무선호출기다.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에 밀려 거의 모습을 감춘 무선호출기가 24시간 동안 인터넷 등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미국 직장인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가트너그룹이 올해 잇따라 펴낸 2개의 보고서(미국 소매금융회사들의 이동 전자상거래 도입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특히 미국의 은행 및 증권 등 금융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증권브로커와 뱅커들은 블랙베리만 들고 다니면 고객회사 또는 길거리 어느 곳에서나 환율 및 주식시세를 확인한 후 곧바로 주식거래는 물론 계좌이체 등 다양한 금융업무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블랙베리는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증권사 객장이다.
보고서는 또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지고 있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http://www.gs.com)가 최근 블랙베리로 대표되는 무선인터넷기술을 접목해 ‘걸어다니는 은행(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에서도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해부터 미국에 있는 수천명의 직원은 물론 일부 투자자에게도 블랙베리를 지급해 활용한 결과 신속하고 정확한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져 업무효율뿐만 아니라 고객만족도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서비스는 또 아무리 오랫동안 사용해도 데이터통신요금이 1인당 월평균 70달러(약 9만원)를 넘지 않기 때문에 투자대비 효과도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미국에서는 무선호출기 등으로 은행 계좌이체와 증권거래 등 금융업무를 보는 고객수가 빠르게 늘어나 최근 100만명선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도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S 랜드리 분석가는 “미국에서 이동통신단말기로 초고속 데이터통신을 할 수 있는 2.5세대(G) 이통서비스가 속속 선보이는 올해 하반기부터 모바일 금융 이용자수도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