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사업자들이 변하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이제 음성을 전달하는 단순한 ‘전화’ 사업자가 아니라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3000만명이라는 엄청난 가입자와 각종 산업의 연결고리가 됨으로써 가입자와 모든 산업간에 ‘플러스섬’을 창출하는 매개자로 거듭나고 있다.
◇데이터 통신기기로서의 이동전화=불과 5년전만 해도 음성전달 수단이던 이동전화에 단문메시지서비스(SMS)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첨가되면서 목소리와 문자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한단계 올라섰다. 지난 2000년들어서부터는 SMS와 더불어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갖추면서 초보적이나마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또다시 ‘점프업’했다.
무선인터넷 도입으로 벨소리 및 캐릭터 다운로드라는 새로운 산업이 생겨났다. 이동전화는 고도화되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선인터넷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단말기 액정 크기가 커지고 컬러화된 화면이 등장했으며 벨소리도 MP3 수준으로 향상되면서 유선인터넷에서 가능하던 증권정보, 금융거래, 신용카드 결제, 원격제어, 방송서비스 등 오락성 콘텐츠를 넘어 가입자들의 실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데이터통신 분야도 업그레이드중=이동전화사업자들은 이동전화가 궁극적으로는 가입자의 모든 생활의 중심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데이터통신을 근간으로 한 모바일 비즈니스 사업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실례로 국내 모든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지난해부터 데이터부분의 매출 올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수익(ARPU)이 4만7000원선이던 SK텔레콤은 올해 ARPU 목표를 5만5000원으로 높여잡았다. KTF와 LG텔레콤은 각각 3만9000원, 3만4400원이던 지난해 ARPU를 올해는 4만1000원, 3만5000원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들이 ARPU 목표치를 높게 잡을 수 있는 것은 음성통화량 증가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선 데이터 통신 시장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야에서도 그동안 수익원이 SMS와 벨소리, 캐릭터 등 오락성 콘텐츠에 편중되던 경향을 벗어나 경제생활 등에서 가입자에게 무엇인가 혜택을 줄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입자 기반 종합회사=이동전화사업자들의 모바일 비즈니스 전략은 유선인터넷을 기반으로 지난 수년간 진행된 e비즈니즈 전략과 크게 다를바 없다. 기존의 e비즈니스가 유선에 묶여 ‘이동성(mobility)’을 제한받았다면 m비즈니스는 e비즈니스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일부 분야에서는 유선상에서 실현이 어려웠던 영역을 네트워크화해 주는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여진다.
이동전화의 가장 큰 무기는 3000만명이라는 엄청난 가입자다. 국내 인구의 64%에 해당하는 사람이 이동망을 통해 연결돼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가입자에게 단순한 통화수단을 넘어 데이터 통신을 통해 모든 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 종합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전통산업들은 이동전화사업자의 네트워크에 포함되거나 이와 제휴함으로써 3000만명이라는 시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가입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및 상품 등을 사고 판다. 이동전화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가입자 및 전통산업에 실익을 제공하며 동시에 네트워크 제공자로 또는 금융 대행자로 이익을 확보함으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유선사업자와 제휴 또는 유선환경에 버금가는 광대역 네트워크를 확보함으로써 유무선 통합환경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종류의 비즈니스를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엮어낸다는 구상이다. 즉 이동전화사업자는 자신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종합회사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별 전략 차이=이동전화사업자들의 미래상은 대동소이하다. 국내 최대의 이동전화사업자인 SK텔레콤은 가입자와 전통산업을 이어주는 네트워크 역할뿐 아니라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 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금융현상을 총괄 지휘하는 ‘빌링의 주체’가 되길 희망한다.
SK텔레콤의 네트워크 아래에 모든 산업이 집결되며 SK텔레콤의 가입자들은 유무선 환경을 통해 자유롭게 거래한다. 모든 수금과 수익 배분을 SK텔레콤이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KTF도 유사하다. 모기업이자,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 보유자인 KT와의 연계를 통해 유무선 통합환경을 실현하며 KT와 함께 비즈니스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반면 LG텔레콤은 자사의 장점과 제휴사의 장점을 활용,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통신사업자는 전통산업에 대한 경험이 없고 전통산업은 네트워크 및 가입자 기반이 없다. 서로 상이한 주체가 연결돼 자신의 장점을 북돋운다면 ‘1+1’은 ‘2’가 아니라 ‘10’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m비즈니스는 이미 시작됐다=이동전화사업자들의 m비즈니스 주체로의 변신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초반만 해도 사업계획서로 올려지던 품목들이 올들어 제각각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아 소비자들에게 뛰어들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기반 서비스, 이동중에도 자신의 PC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모바일오피스, 유선인터넷 사용자와 채팅할 수 있는 메신저, 이동중에도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텔레매틱스, 신용카드 기능을 탑재한 단말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m비즈니스가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m비즈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비약할 것이며 얼마 후면 현재의 ‘m비즈니스’는 일반명사 ‘비즈니스’와 동일하게 쓰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한국모바일산업의 국제경쟁력-SK텔레콤 Biz사업본부 임규관 본부장
우리나라가 모바일 분야에서 주도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까. SK텔레콤 비즈사업본부장인 임규관 상무는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이미 국내 이동전화사업자들은 국내 통신시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로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임 상무는 우리나라 이동전화산업의 국제경쟁력이 통신인프라 측면, 기술적 측면, 사업적 측면 등 세가지에서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특히 이같은 경쟁력의 핵심은 무선인터넷을 활용한 m비즈니스에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가 800만을 넘어서면서 보급률이 총 가구의 50%에 이르렀다. 이동통신가입자는 3000만, 그 중 무선인터넷 가입자가 2300만으로 총 가입자의 80%가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세계 최초 CDMA 상용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만큼 정부와 민간 통신사업자가 통신인프라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고 세계에서 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고도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동전화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지난 2000년 10월 동기식 3세대 서비스인 cdma2000 1x를 무사히 상용화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2.4Mbps급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하는 cdma2000 1x EV(EVolution)-DO(Data Only)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CDMA 방식 이동통신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중망 무선랜도 등장해 m비즈니스 수행을 위한 기본틀이 잡히고 있다고 임 상무는 분석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소기업들의 단말기 해외수출이 지난해 100억달러를 돌파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무선인터넷에는 1000개가 상회하는 콘텐츠제공업자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커머스 분야에서는 이동전화로 신용카드·은행결제·증권거래 등 다양한 금융 및 상거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UIM’, 가입자 신용 및 금융정보가 담긴 이른바 ‘원칩’ 등 다양한 모바일 결제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기업시장에서는 경쟁력 향상과 생산력 제고를 위해 모바일 ASP를 이용한 모바일 오피스와 같은 모바일 비즈니스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임 상무는 “한국의 경쟁력은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단말기 제조사, 장비 제조사, 콘텐츠 제공업자, 솔루션 제공업자, 벤처 등으로 흩어진 핵심 역량을 모으는 데 이동통신 사업자가 앞장 서야 하고 각 상품의 패키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지난 수년동안 인터넷 환경으로 전통산업이 네트워크화하는 과정이 올해는 m비즈니스로 한차례 질적 도약을 할 것이라는 것이 임 상무의 생각이다. 그는 올해는 m비즈니스가 ‘런칭’되는 단계고 올해부터 m비즈니스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것이며 세계가 우리나라를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