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황사바람이 전국을 강타한 데 이어 이번에는 ‘꽃가루 알레르기’ 주의보가 나오자 인쇄회로기판(PCB)업계가 자연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는 황사바람이 미세먼지와 중금속 등을 함유, 인체에 기관지염을 일으키듯이 PCB도 자연현상으로 인해 사람처럼 도금과정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때문.
대덕전자 이진호 전무는 “PCB의 회로선폭이 마이크로 또는 서브마이크로단위로 나노화되면서 이들 선폭보다 상대적으로 큰 꽃가루·박테리아 등은 제품을 만드는 공정에서 전자회로를 결손시키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계속되는 봄가뭄도 큰 문제”라면서 “PCB산업의 특성상 도금·에칭 등 공정에서 공업용수를 많이 쓰기 때문에 가뭄현상은 PCB산업계에 또다른 목마름으로 작용한다”고 소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고온다습한 여름철엔 배수관에 박테리아가 왕성하게 번식해 공업용수를 사용하는 도금 공정에서 불량률이 높아지고 습도에 취약한 드라이필름 등은 재료의 사용 유효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된다는 것. 또 추운 겨울철 공업용수의 온도가 5∼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도금의 화학반응도가 낮아져 불량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LG전자·대덕전자 등 주요 PCB업체들은 춘하추동 사계절의 자연현상에 대비한 수칙을 세워놓고 불량률을 체크하고 있다.
주요 생산라인의 경우 클린룸과 이중창·이중문으로 중무장하거나 봄철이면 정기적으로 공조시설 검사와 함께 이중창·이중문의 밀폐 상태를 재점검한다.또 클린룸이 설치되지 않은 생산라인은 하루가 멀게 청소를 해준다.
또 여름철이면 배수관 등에 박테리아 번식을 막기 위해 과산화수소 등으로 살균청소를 실시하거나 배수관을 교체해 준다.
삼성전기 한 관계자는“6개월 1회 정도 약품 처리로 공업용수의 세균을 박멸하고 있다”면서 “특히 공업용수가 달리는 데 대비,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도금·에칭 라인과 관련한 생산설비는 물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장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