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석 써니YNK 대표 ysyoon@ynk.net>
우리는 모두가 자신만의 직업과 직업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게임 퍼블리셔의 대표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다보면 참으로 웃지 못할 일들도 많이 겪게 된다.
얼마 전 친구의 소개로 어떤 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요즘 게임회사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하는데 좀 같이합시다.” 이 분 말씀은 게임사업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으니 투자할 만한 기술을 가진 개발사를 지목해 달라는 의미였다. 물론 우리회사가 책임지는 기술력이나 개발력 등이 탄탄한 개발사를 원하는 것이었다.
“그럼 투자만 하시고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으실 겁니까.”
“아, 그건 아니고 젊은 친구들이 경험도 부족하고 할테니 경영에 도움되는 차원에서의 관여가 되겠지요.”
“그럼 혹시 좋아하시는 게임이나 생각해 보신 게임회사가 있으신지요.” 그 분은 어깨 너머로 스타크래프트는 좀 했지만 다른 게임에는 문외한이었고 게임이나 게임산업의 특성에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셨다.
“그럼 게임회사에 투자하시고 경영하시는 목적이 돈을 버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으신지요.” 그 분은 딱히 다른 이유 없이 이쪽 분야가 유망하다 하고 많은 사람들이 뛰어드니 본인도 한번 해보겠다고 말씀하셨다.
비단 이 경우뿐만 아니라 실제로 게임 산업계에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이외에 다른 이유 없이 이 분야에 종사하거나 뛰어들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모든 사업의 기본 목적은 영리추구에 있기 때문에 그러한 마인드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분들에게는 가능하면 게임회사의 경영은 말리고 싶다. 그렇다고 게임 평론가가 되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경영자가 자신의 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게임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심한 경우 자사에서 무슨 게임을 파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대개 이런 경우 “어, 우리회사는 이러이러한 게임 전문가가 있어서 그 사람에게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책임경영을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는 정말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아무리 대기업의 계열사라 하더라도 자신의 회사에서 진행되는 일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성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직업관’이 중요하다.
게임사업을 통해 밥을 먹는다는 의미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 대가로 정당하게 소정의 금액을 받는 것이다. 게임산업 종사자라면 무엇보다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면서 그들을 통해 스스로 엔터테이너로서의 보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즐거움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필자 또한 내 주변 사람만 재미있다고 해서 추진하다가 어려움에 처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마니아적인 게임은 대중속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수를 위한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이미 게임은 상업적 대중예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업이라는 것은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기획자, 엔지니어, 마케팅 전문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충실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공동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게임의 본질인 즐거움에 대한 이해 없이 게임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간혹 운으로 소위 대박을 잡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뒷걸음질치다 쥐 잡는 격으로 수명이 길지 못하다.
게임산업이 전문업체 위주로 재편되는 이유는 이러한 직업관에 입각해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의 모험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게임사업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 대가로 먹고 사는 모험적인 지식 산업가여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자신만의 직업관을 고집하는 사람이 결국에는 성공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에도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일해야 한다. 게임분야 엔지니어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함께 라면을 끓여먹으며 밤을 지새워 본다면 왜 게임산업에서 특히 ‘직업관’을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