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 하이테크 혁명 주역은 `光`

20세기의 전자혁명만큼이나 잠재적으로 의미깊은 기술적 변화가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다. 광자라 불리는 미세하고 중량이 없는 입자 형태의 빛이 21세기의 하이테크 견인차로서 전자의 뒤를 잇고 있다. 다가오는 포토닉스(photonics:광기술) 혁명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과학자들은 통신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컴퓨터의 성능이 대폭 개선될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화면이 보다 선명해지고 햇빛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개발되는 등 이 기술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첨단기술프로젝트국 앤터니 테터 국장은 국방부가 포토닉스를 야간 투시나 조기경보 센서, 자동목표인지 등 미래 군사기술에 응용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 네크워크도 전자를 유선을 통해 강제로 전송하는 대신 광자를 공중에 발사함으로써 현재의 네트워크처럼 초당 수백만 및 수십억비트가 아니라 수십조비트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포토닉스는 규모나 성능의 절약 측면에서 수천배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광자와 전자는 속성이 매우 다르다. 광자는 에너지의 최소 전달자로 눈에 보이는 빛은 물론 X레이와 자외선, 적외선, 전파 등을 포함하는 힘의 집합체인 전자기적 스펙트럼을 구성한다. 반면 전자는 물질의 기본 구성요소로 원자의 필수불가결한 일부이면서 동시에 정보시대의 주요 도구다. 그러나 전자는 컴퓨팅, 통신 등 일부 분야에서 규모 및 한계속도의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테터 국장은 “광부품 및 광기기에서 엄청난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소형화에 따라 성능의 대폭적인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작은 면적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 실험실의 물리학자들과 광기술 엔지니어들은 빛을 제어하기 위해 교묘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빛의 직진이나 분리, 재결합, 속도 변화, 정지 등 갖가지 광자 활용기법을 찾아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의 레네 하우 교수는 빛의 속도를 정상적인 초당 18만6000마일에서 시간당 1마일의 초저속으로 낮췄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의 피터 졸러 박사는 광자를 완전히 멈추게 한 뒤 원래 속도로 환원시키기도 했다. 하우 교수는 “빛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며 “전세계 연구기관들이 이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우 교수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광자를 화씨 460도 미만으로 냉각시킨 탄산원자에 부딛히게 해 광자를 멈추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녀는 “빛은 구름에 들어갈 때 속도가 느려져 주름상자처럼 압축되는 반면 나올 때는 팽창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속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포토닉스 연구에 따라 상업적으로 첫 혜택을 받을 산업은 컴퓨팅과 통신이다. 컴퓨팅과 통신은 광입자의 속도와 극소 크기 덕분에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전자 대신 광자를 이용해 컴퓨팅할 수 있기를 꿈꿔 왔다. 현재 기술은 컴퓨터 메이커들이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실리콘 칩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미 행정부와 학자, 민간연구원들은 이같은 칩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포토닉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벌집으로 만들어진 소형 새장이나 벌집 모양인 포토닉 크리스털은 반도체가 오늘날의 컴퓨터에서 전자를 조작하는 것처럼 빛을 멈춰 인도하게 된다.

 MIT의 요엘 핑크 교수는 오늘날의 광 케이블보다 최대 1000배 이상 많은 광자를 전송해준다는 ‘포토닉 섬유’를 개발했다. 핑크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발명을 상업화하기 위해 패서디나에 본사를 둔 옴니가이드커뮤니케이션스란 회사를 세웠다.

 적어도 10여개 다른 업체들이 대형 광통신업체인 글로벌 크로싱의 지난 1월 파산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로 뛰어 들었다.

 IBM,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등 주요 업체들도 ‘포토닉 스위치(광 교환장비)’를 개발하려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