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채영문 교수
환자진료에서 의사는 진단과 치료에 관한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의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컴퓨터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의학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이라고 한다. 병원의 처방전달시스템(OCS)이 처방전달이라는 업무를 주로 다루는 업무처리시스템(TPS)인 데 비해 CDSS는 환자진료에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CDSS는 주어진 환자의 특정문제에 대한 의학지식을 적용해 최상의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편리한 형태로 제공한다. 특히 지식습득 방법으로 주로 인공지능기술을 이용해 문제의 해를 제공함으로써 의사결정을 보다 직접적으로 지원한다.
그동안 국제적으로 알려진 CDSS는 난청 진단시스템, 알레르기성비염 진단시스템, 기관지천식 진단시스템, 백혈병 진단시스템, 고혈압 관리시스템 등 약 1만개로 추정되는데 실제 임상에 적용돼 사용되고 있는 예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원인으로 부적절한 대상 질병의 선정, 지식습득 방법상의 문제, 사용자의 거부반응, 법적인 문제 등이 있다.
◇지식습득방법=CDSS의 개발에는 연구대상에 적합한 지식습득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종전에 가장 널리 쓰여온 규칙에 의한 방법은 객관적이지 못하고 규칙이 너무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임상자료로부터 직접 지식을 추출해 내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방법에 신경회로망·사례기반추론(CBR)·통계적 방법 그리고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데이터마이닝 등이 있다. 지식습득 모형의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질병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대상자의 선정과 이들의 최적의 특성을 선별해 이에 맞는 지식습득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시스템의 통합=CDSS는 지식습득과 표현이 주목적이어서 데이터베이스의 관리나 사용자 인터페이스 부문은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시스템과의 통합이 필요하다. 병원의 경우 병원정보시스템과 CDSS와의 통합을 들 수 있는데 이 두 시스템이 통합될 경우 방대하고 풍부한 환자정보와 임상지식을 병원정보시스템으로부터 직접 도출해 냄으로써 규칙기반과 같은 종전의 주관적인 지식습득방법의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향후 전자의무기록(EMR)이 발달하게 되면 더욱 효과적으로 의무기록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계속 연구해야 할 분야다. 또한 병원에 있는 임상병리자동분석기·MRI·PACS 등 의료장비들과 CDSS를 연계할 경우 지식습득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사용자의 거부반응=그간 의료분야에서 개발된 시스템들은 기업에 비해 실제로 업무에 활용되는 사례가 매우 적다. 그 이유는 방법적으로도 질병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많아 정확한 진단의 예측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CDSS의 주사용자인 의사들의 컴퓨터가 진단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본다. CDSS는 진단이나 치료방침 등 종전에 의사들이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오던 분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의사들로부터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CDSS에 대해 이해시키면서 이들과 함께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적인 문제=외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분야에 CDSS가 적용되는 사례가 증가할수록 이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CDSS와 관련된 법적인 이슈도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선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과제다. 의료분야 CDSS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는 제조물책임(PL)과 의사의 과오나 부주의 책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만일 시스템을 제조물로 보는 경우 시스템이 진단명을 잘못 예측해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때문에 시스템의 개발자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 반면에 시스템을 의료서비스의 일부라고 보는 경우에는 이를 사용한 의사나 간호사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보고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이 돌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