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IBM맨에서 SI업계의 수장으로’
초면에도 자상하면서 논리적인 인상을 주는 고원용 사장(58). 한진그룹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인 한진정보통신(http://www.hist.co.kr)의 재비상을 주도하고 있는 ‘IT분야 베테랑’이다. 그는 요즘 한진정보통신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오며 업계 안팎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진정보통신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지난해 10월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첫 전문경영인이 바로 고 사장이다. 한진정보통신의 도약을 주도할 특급 ’구원투수’로 전격 스카우트된 셈이다.
“한진정보통신이 변화를 맞았으면 하는 그룹의 바람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진의 문화에 순응하는 것보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진정보통신의 사령탑을 맡은 지 이달 말로 만 6개월째를 맡는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 30년간의 직장생활에서 그 어느때 못지 않게 눈코뜰새 없이 일에 폭 빠져 지내고 있는데도 지친 표정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반년 동안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커다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지난 6개월이 열심히 일하면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간의 한 일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일단 변화의 방향과 시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자평합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그룹내에서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룹내에서는 물론 바깥에서도 그의 시도와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고원용 사장은 이른바 ‘IBM맨’이다. IT업계 사관학교로 일컬어지는 한국IBM에서 지난해 9월 회사를 떠날 때까지 무려 28년4개월 동안 근무했다. 신재철 현 한국IBM 사장과는 입사동기 사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IBM에 입사하여 교육부장, 특수영업본부장, 영업담당 전무, 소프트웨어솔루션 영업담당 전무 등을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지난 95년에는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킨 한국IBM의 ‘모바일(Mobile) 근무제’의 태스크포스팀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IBM을 떠나기 전까지 4년 동안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전무를 겸직했다.
덕분에 그에게 SI분야는 낯설지가 않다. “IBM 재직시 여러 업체들과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SI 프로세스를 파악한데다 지난 4∼5년 동안 소프트웨어 사업을 맡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그는 지난 89년 한진정보통신 창립시 한국IBM에서 비즈니스파트너부문을 맡고 있어서 지금의 직원들과 업무가 생소하지 않다.
이제 중견 SI업체의 CEO로 탈바꿈한 고 사장은 각오가 새롭다. “IBM에서 좋다고 여겼던 프로그램과 절차·프로세스를 한국의 전통기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지를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IBM의 노하우를 한국 기업에 잘 접목해 나가는 것이 사회적인 기여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꿈은 지난달 초 대내외에 공식 선언한 한진정보통신의 새로운 비전을 통해 선을 보였다. 조직에서 각 사업분야에 이르기까지 회사 전반에 대한 대규모 개편을 마무리하고 특화 솔루션 중심의 SI업체로의 탈바꿈을 표방하는 등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를 쇄신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올 1월 조직개편과 함께 비주력부문을 잇따라 분사시켰다. 기존 6본부 37개팀 체제의 회사조직을 4개 본부 21개팀 체제로 바꾸고 인력도 재배치했다. 또 부가가치가 낮고 비전략사업부문인 ‘전산장비정비 사업부문’을 분사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토록 했다. 서울시내 4곳에 흩어져 있던 사무실도 서울 방화동 한국공항건물로 통합했다.
그룹계열사 시스템관리(SM) 부문에서는 마스터플랜 수립부터 전과정을 담당하는 ‘종합 IT서비스 제공업체’로 자리잡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인력용역 계약 방식의 SM사업을 서비스수준협약(SLA) 기반 아웃소싱 체제로 뜯어고치기도 했다.
“앞으로 서비스 대금을 사업평가와 연동시킬 작정입니다. 서비스도 제대로 못해 놓고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던 관행을 없애겠습니다. 조직의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지원을 잘한 팀은 연봉에서도 혜택을 받는 것이죠.”
대외 SI사업부문에서는 물류,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야의 강점을 적극 살려 나가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그룹 계열사에서 최고의 시스템통합 사이트를 갖추고 이를 모델로 삼아 대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지난 2∼3년 동안 그룹 계열사 시스템관리를 담당하는 인력들이 벤처 열풍을 타고 적지 않게 빠져 나가 대외 SI사업을 확대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특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품질 위주의 SI사업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한 가운데는 ‘고객중심’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의 사업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다음은 고객중심의 마인드를 강조하는 고 사장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 한 토막.
연극광인 그는 한국IBM 재직시 시무식때 극본·각색·연출·출연을 맡은 연극을 깜짝 선보이곤 했다. 몇년 전 시무식 때 그는 ‘원초적 변신’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물을 선보였다. 약간의 패러디가 가미된 ‘원초적 변신’은 한국IBM이 고객중심의 마인드로 다시 거듭 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고 사장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주인공까지 맡았던 이 작품의 줄거리는 목에 깁스를 하고 다닐 정도로 뻣뻣하고 자기중심적이던 ‘고객만’(고원용 사장 분)이란 직원이 여러 사건과 계기들을 통해 철저하게 고객중심적인 직원으로 변신해 나간다는 내용.
1일 한진정보통신의 새로운 CI를 선보이는 고 사장은 직원 개개인이 자신감을 갖고 변화의 주체로 나서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위에서 변화를 주도하더라도 조직의 구성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판단이다.
“지시 중심보다는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자발적이면서 창조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유도해 나갈 작정입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곧바로 회사 경영에 반영되고 이러한 기여가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죠. 또 직원들이 사장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도록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한진정보통신을 외부에 적극 ‘노출’시켜 나가겠다는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배어있다. IT업계 베테랑을 앞세운 한진정보통신이 앞으로 재비상의 나래를 활짝 펴고 창공을 훨훨 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약력
△1945년 생 △경기고 졸업(1964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68) △한국IBM 교육부장(79) △특수사업 지사장(84) △IBM 아태지역본부 파견(85) △한국IBM 특수영업본부장(89∼92) △영업지원담당 이사(93) △상무이사(94∼95) △공공기관 영업담당 전무이사(95) △IBM 아태지역본사 영업기획담당 전무이사(95∼97), 한국IBM 소프트웨어솔루션 영업담당 전무이사 △한국 IBM 아시아 태평양지역본부파견 전무이사(98∼2001.10) △한진정보통신㈜ 대표이사(2001.10∼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