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TV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PDP와 함께 차세대 벽걸이 TV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제한된 화면 크기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던 LCD TV(TV전용)가 대화면 신제품의 잇단 등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의 제품만을 선보였던 LCD TV 시장에 삼성전자가 조만간 제품 라인업을 발표, 주도권 잡기에 나설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주로 OEM방식으로 디지털TV를 공급하는 중소기업 이레전자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샤프전자도 4월말 30인치 크기의 신제품을 출시해 본격적인 시장참여를 노리고 있다.
업계가 PDP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LCD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것은 PDP와는 또다른 고급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에서다. LCD TV는 타 TV에 비해 화질면에서 월등하다. 또 제품 두께가 얇고 가벼워 공간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도 있다. 소모전력이 적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지난해부터 LCD TV 분야에 발을 담기 시작한 국내업체들은 그동안 소형위주로 제품을 출시해 왔으나 소비자들의 대형화 기호를 반영하기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20인치 미만의 제품을 선보였던 삼성전자는 4월초 40인치 대형 LCD TV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15·20·24인치 등의 LCD TV를 판매중이며 대우전자도 모니터 겸용 제품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레전자도 LG필립스LCD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아 20.1인치 LCD TV를 개발, 5월에 내놓기로 했다. 이 제품은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의 PB상품으로 공급하고 가격대는 190만원대로 정했다.
업계는 이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LCD TV에 대한 관심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급속한 시장확대를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우선 TV 전용 20인치 LCD TV의 경우 가격대가 300만원대를 호가하는 등 크기에 비해 가격이 높고 타깃 시장이 막대한 수요를 이끌어낼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면 밝기도 일반 TV에 비해 어둡다. 일반적으로 LCD의 경우 화면 밝기가 300칸델라 수준으로 300∼400칸델라인 PDP에 비해서는 어두운 편이다.
그러나 초경량, 초박형에 화질이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에 가격이 내려갈 경우 LCD TV가 새로운 TV 흐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형 제품이 이미 장악한 거실용 TV보다는 개인의 생활을 중시하는 신세대를 겨냥한 ‘개인공간용 세컨드TV’라는 틈새수요를 예상한 틈새시장 공략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PC모니터 겸용 제품의 경우 책상위의 거대한(?) 모니터를 몰아내고 TV와 컴퓨터용 디스플레이 도구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또 30인치 이상 대형화면 LCD TV는 가정용보다는 매장디스플레이용으로 나름대로의 용도확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CD TV가 PDP 벽걸이 TV의 뒤를 잇는 신개념 TV로서 자리매김하게 될지 아니면 단지 업계의 시도에만 머물지가 월드컵을 앞두고 새로운 특수를 기대하는 업계의 또다른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