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이상을 판매부문에서 근무해 왔는데 마지막 근무지였던 한국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정년퇴직으로 지사장직을 접고 한국을 떠나는 다카하시 마사유키 한국엡손 사장(60)은 4년 남짓의 한국생활을 통해 가깝고도 먼 관계인 양국이 보다 긍정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사장은 지난 62년 일본엡슨에 입사한 이후 엡슨 싱가포르지사를 비롯, 말레이시아·홍콩·인도 등 아시아권 시장을 담당한 엡손 국제영업맨 출신.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직후인 98년 6월 초대 한국엡손 지사장으로 부임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광고마케팅과 제품차별화 전략을 추진, 프린터 시장에서 엡슨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솔직히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국에 대해서 전혀 몰랐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임하고나서는 한국의 각종 전통술과 음식은 물론 보신탕까지 먹어볼 정도로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다카하시 사장은 짧은 경험이지만 이기간 한국 기업들의 문화에서 음식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가장 큰 기억으로 남는다고 꼽았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점도 꼬집었다. “가령 내일이 광고집행날짜라면 전날 결재서류를 제출하는 등 절차를 안지키는 업무진행방식의 경우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카하시 사장은 한달 전부터 꼼꼼하게 시간별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이에 필요한 준비사항을 철저하게 마련하는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사장이 판단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바로 결재서류를 올리는 경우가 많아 크게 당황한 적도 많았다고. 아울러 무질서한 교통문화 및 외국어 문제나 다음날의 일정은 생각지 않고 한번 마시면 끝장을 보고마는 음주문화도 한번쯤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IMF 직후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으로 직원들이 의기소침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표정이 밝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해 같은 입장인 일본과 많은 비교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려는 한국인들의 강한 의지를 보았다는 다카하시 사장은 “시간을 보다 소중하게 활용하는 노력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교통문화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에 대한 바른 이미지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