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대교·세림제지의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일정이 미뤄지고 있어 관련 업종에 미칠 파장효과가 주목된다.
이들 3사의 ERP 도입계획은 단순히 개별회사의 정보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업종의 e전이(transformation) 확산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관련업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제약·제지업계의 경우 지금까지 대규모 ERP를 도입한 사례는 대웅제약, 한국제지 등에 불과하다. 더욱이 교육업계는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대교(교육업계 1위)와 유한양행(제약업계 2위), 세림제지(제지업계 4위)의 결정에 따라 해당업종의 다른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ERP를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해당 업종의 몇몇 기업들은 이들 기업의 향방을 주시하며 ERP 도입자체를 검토하고 있다.
유한양행(대표 김선진 http://www.yuhan.co.kr)은 글로벌 기준에 적합한 e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1월 초 ERP 업체를 선정하려 했으나, 현재까지 ERP 도입자체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이 회사는 내부시스템을 독자적으로 통합할 것인지 혹은 패키지로 ERP를 도입할 것인지 비용대비 효과면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유한양행 나충균 상무(CIO)는 “ERP 도입이 몇개월 늦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4월 중순 이후에는 대략적인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림제지(대표 이동윤 http://www.serim.co.kr)도 지난 9월부터 ERP를 도입하겠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후속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용대비 효과면에서 외산과 국산제품의 검증을 자체적으로 거치기도 했으나 업체 선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세림제지 관계자는 “비용대비 효과면에서 경영진이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며 “ERP 도입이 보류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교(회장 송자 http://www.daekyo.co.kr)는 지난달 초 ERP 도입을 위해 3개 업체를 후보사업자로 지정한 바 있으나 최근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교육업계 처음으로 ERP 도입계획을 세웠던 이 회사는 내부적으로 추진해온 변화관리 프로젝트를 마친 이후에 ERP 도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교측은 “변화관리 프로젝트가 빨라야 올해 말에 끝날 것으로 보여 내년이나돼야 재검토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턱대고 ERP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검토 차원에서 이들 업체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ERP 도입계획이 중장기 경영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면 숙고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