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나노팹 유치 신청 공모가 마감됨에 따라 이제부터 유치 희망기관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물밑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접수 마감 결과 유치 희망기관은 당초 공개적으로 유치를 천명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 외에도 세종대, 충북대, 성균관대 등 총 6개 기관으로 6대1의 경쟁률를 기록했다. 6개 기관들은 각자의 특장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대세몰이에 나섰다. 특히 이 기관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인데다 나노팹센터를 유치할 경우 나노 중심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낙점결과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경쟁률=나노팹센터는 2010년까지 총 1970억원의 정부 및 민간자금을 투자, 나노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비와 건물을 구축하며 1단계(2002∼2004년)에만 총 1184억원을 투자하는 대형 국가사업. 이에 따라 이 나노팹을 유치할 경우 자립기반 마련은 물론 명실상부한 나노기술(NT)의 중심기관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각 기관마다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업공고 초기부터 관심을 보였던 KIST·KAIST·포항공대는 예상대로 신청서를 제출, 나노팹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보여줬다. 소문이 무성했던 충북대와 성균관대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세종대도 막판에 신청서를 접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반도체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나노팹 유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던 서울대와 전자부품연구원은 유치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불리기 경쟁 양상=각 기관들은 해당지역 지자체와 기업 등을 끌어들이며 세를 불렸다. 포항공대의 경우 경북도와 포항시, 구미시 등 지자체와 경북대·영남대·대구대 등 지역대학, 포스코 등 지역기업을 참여시켰다. KAIST는 충남도와 대전지역 벤처기업, 대덕연구단지 연구기관 등의 세를 등에 업었으며 성균관대는 경기도와 삼성종합기술원 등을 지원군으로 삼고 세몰이에 나섰다. 특히 각 지자체들은 나노산업을 지역전략특화산업으로 지정, 육성하겠다며 유치된다면 최대한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세불리기가 대부분 연고지역의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정시비로 인한 후유증 등도 우려되고 있다.
◇누가 선정될까=이 사업의 주관부처인 과기부는 사업유치기관 선정평가시 고려사항으로 시설입지요건, 사업추진계획, 사업추진능력 등을 꼽았다. 사업추진계획과 사업추진능력 등은 평가가 까다로운 점을 감안할 때 입지적 요건이 선정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설입지요건에서는 KIST와 세종대는 나노연구자가 많은 수도권에 위치한다는 점이, KAIST는 대덕밸리에 연구기관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포항공대는 센터의 확장 발전시 배후부지가 충분하고 교통과 전기·용수가 풍부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충북대도 나노팹 예정부지인 오창과학산업단지가 중부권에 위치하고 고속철 등 교통수단의 접근성이 용이하며 성균관대도 나노팹을 수원지역 경기도 보유지에 설치할 예정이어서 입지적 요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과기부는 접수가 마감됨에 따라 이번주중 유치신청기관을 제외한 중립적인 인사로 전담평가단을 구성하고 서류평가 및 현장실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께는 최종 유치기관을 선정할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나노기술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5월중 나노팹 유치기관을 최종 선정하기로 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