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유통시장에 판도변화 `회오리`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유통시장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유통시장의 55% 이상을 점유하며 선두를 달려온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최근 50% 밑으로 하락하는 등 국산 HDD가 외산 제품에 밀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게이트가 AS문제로 부진을 겪은 맥스터를 제치고 2위로 부상하는 등 HDD 유통시장이 급변기를 맞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후반기 후지쯔가 이 시장을 포기하며 생긴 공백과 최근 소비자들의 취향이 7200vpm 등 고속 HDD 제품으로 급변하면서 업체간의 대응에 따라 판도가 크게 변동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춤하는 삼성과 맥스터=월 13만대 정도로 추정되는 HDD 유통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로컬 브랜드로서의 압도적인 인지도와 탄탄한 AS망을 바탕으로 그간 점유율 50∼60%의 절대적인 우위를 보여왔다.

 하지만 7200vpm 등 고속 HDD 제품의 출시가 경쟁 외산 제품에 비해 6개월에서 1년 이상 뒤처지며 올들어 시장 점유율이 50%대 미만으로 추락했다.

 또 지난해 후반기 AS문제로 이미지를 구긴 맥스터코리아는 시게이트·웨스턴디지털 등에 추격을 당하며 시장 점유율이 10%대로 하락했다. 총판변경에 따른 AS부실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까지 벌여 판매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맥스터코리아측은 “총판교체 문제로 불거진 AS문제가 해결된 만큼 올해는 30%대의 기존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총판업체에 대한 영업지원과 함께 광고나 경품행사 등을 통한 소비자 지원을 크게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라

고 말했다.

 ◇시게이트·웨스턴디지털의 약진=삼성전자·맥스터의 후퇴와 대조적으로 시게이트·웨스턴디지털의 점유율은 크게 상승했다. 특히 시게이트는 맥스터가 놓친 시장과 지난해 후반기 HDD시장에서 철수한 후지쯔의 공백을 적극 공략하며 2위로 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게이트테크놀로지의 국내 총판인 오우션테크놀로지의 관계자는 “지난해 초까지 8%대에 머물던 시게이트의 유통시장 점유율이 최근 25%까지 올라섰다”며 “7200vpm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말까지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 역시 지난해까지 한자릿수대에 머물던 점유율이 최근 10%대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유통시장의 급속한 판도변화와 달리 PC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OEM시장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 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유통시장과 대조를 이뤘다.

 이는 삼성전자가 HDD뿐만 아니라 메모리와 CD롬 등 자사의 각종 부품을 묶어 중견PC업체에 공급하는 패키지 판매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