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금융매체인 스마트카드용 가맹점 단말기를 특정 사업자들이 제각각 구축하고 나섬으로써 사회적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자·SK텔레콤·KTF·LG정유 등 국내외 금융·통신·정유사들이 스마트카드 보급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지만, 발표내용이 제각각인데다 정작 카드발급 후 단말기 인프라 보급확산을 위한 경제적인 투자방안과 단말기 공유를 위한 협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들 업체는 특히 일종의 공적 금융인프라인 스마트카드 단말기를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배타적으로 활용할 공산이 커 관련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해당사업자들은 물론 정부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중재와 협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마트카드 단말기가 차세대 스마트카드 기반의 금융서비스(EMV) 표준을 수용하면 신용·직불·전자화폐·로열티 등 대부분의 응용서비스가 호환될 수 있지만, 문제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다. SK텔레콤의 경우 KMPS·씨씨케이밴이 주관 VAN사업자로, 비자캐시·SK·비자인터내셔널이 각각 공동사업자로 참여해 단말기를 구축하면서 자사에 특화된 서비스를 구현할 예정이다.
최근 사업자 선정에 나선 LG칼텍스정유도 스마트로가 주관 VAN사로 단말기를 공급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탓에 협력 VAN사를 확보하지 못한 KTF와 LG텔레콤은 유통점 단말기 보급방안을 뚜렷하게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업자들마다 단말기를 구축할 경우 초기 투자부담에 따른 사회적 낭비는 물론, 향후 이용고객들의 불편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카드 보급사업에 참여한 신용카드 VAN사들의 경우 거래 건당 수수료 수입이라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이같은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자지불포럼 조영휴 사무국장은 “사업자들마다 나름의 사업목적이 있는데다 공유할 서비스와 비용분담 방안을 도출하기 힘들다”며 “마그네틱 신용카드 시장에서 VAN사들의 경쟁양상이 그대로 재연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배타적인 단말기 보급양상이 전개되면 과다한 초기 투자부담을 초래하고, 이는 곧 카드 소지자인 개인 고객의 비용부담으로 전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비록 민간부문의 자율성을 인정하더라도 스마트카드 단말기는 금융 인프라 성격이 짙은 만큼, 사업자들간 서비스 공유 및 투자 분담방안이 적극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전세계 금융기관의 협의체격인 비자인터내셔널은 지금처럼 SK컨소시엄에만 제한을 두지 말고, 지원범위를 업계 전반으로 넓혀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비자코리아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단말기 인프라는 공동투자를 통해 효율적인 구축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스마트카드 전환사업에 의지가 있는 사업자라면 어느 곳이라도 추가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