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내 PDA시장이 신제품 출시 저조, 통신사업자의 연초 조직정비 등에 따른 영업공백 등으로 예상밖의 저조한 실적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 맞춰 무선 PDA붐을 조성하려 했던 통신사업자의 계획이 전용 단말기 개발일정 지연으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PDA시장 침체는 2분기까지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1분기 국내 PDA 판매대수는 3만6000여대에 그쳐 지난해 국내 시장규모인 20만대의 25% 수준(1분기 기준)에도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1분기 PDA 판매수량은 1년 매출의 4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극히 저조한 실적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던 제이텔은 1분기 잠정 실적 집계결과 7000여대를 판매, 판매대수 기준으로 전년대비 40% 수준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제이텔의 신주용 부장은 “통신 기능이 지원되는 셀빅XG의 승인 작업이 지연되면서 3월에야 이 제품의 정상적 판매가 이뤄졌다”며 “SK텔레콤의 주문이 크게 느는 추세여서 4월부터는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이텔의 또 다른 모델인 셀빅Dx와 셀빅i는 통신사업자가 PDA제품 판매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 1분기에 1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컴팩코리아는 1분기 판매량이 85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소폭 감소했다. 타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실적을 보인 컴팩의 부진은 신모델 출시가 3월 중순께로 크게 지연된 데다 주요 공략대상인 기업시장에서 아직도 본격적 구매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스컴의 1분기 PDA판매수량은 자체 개발 제품인 럭시앙, 수입제품인 팜, 카시오페아 등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전년 동기대비 50%에도 못미치는 4500여대에 그쳤다. 특히 통신기능이 부가가 안된 팜 제품이나 카시오페아 제품 등은 보조금이 주어지는 통신사업자용 PDA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며 큰 폭의 매출 하락세를 나타냈다.
싸이버뱅크는 1분기에 1만여대를 판매, PDA업체 중 두각을 나타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제품이 출시되지 않아 판매실적이 전무했다. 싸이버뱅크 측은 “지난해 연말 유통채널을 구축한 데 이어 이번 1분기 중 경쟁제품 출시지연이 상대적인 판매 호조의 요인”이며 “유통업체들이 다양한 판매기법을 동원해 소비자 부담을 줄인 것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는 1분기에 대략 6000여대를 판매, 기대에 못미쳤다는 지적과 선방했다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상 PDA 제품 출시가 2월에야 이뤄졌다는 점에서는 그리 나쁜 실적은 아니다”며 “현재 생산제품 공급이 수요에 못쫓아가는 상황이어서 2분기에는 급격한 매출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 판매가격이 크게 낮춰졌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은 여전히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는 데다 신제품 출시까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6월 이후 통신사업자 전용 단말기가 대거 출시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는 시장여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