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분야에서 한국과 강력한 라이벌 관계로 부상하고 있는 대만에 지난 99년 9월 이른바 ‘9.21 대지진’ 이후 또다시 대형 지진이 발생,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1일 오후 대만 수도 타이베이 남동쪽 180㎞ 후아리엔 근처 해역을 진앙으로 발생한 이번 지진은 리히터 규모 6.8로 지난 99년 9월 2378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진(7.6) 이후 가장 큰 강진으로 기록됐다.
지진 발생 이후 대만 언론들은 신주과학단지와 도원지역내 반도체 및 LCD업체들은 대부분 잠시 라인 가동을 중지했다가 바로 정상조업에 들어가는 등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신주지역에는 TSMC·UMC·프로MOS·윈본드·파워칩·벵가드·AUO·매크로닉스 등 반도체·LCD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도원지역에도 난야·CPT·한스타·퀀타 등이 입주해 있다.
이와 관련, UMC측은 “‘9.21지진’ 이후 화공 안전 설계, 시공 및 훈련으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TSMC도 “지진 발생 직후 공장내 인력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잠시 라인 가동을 중단시켰으나 안전검사 실시 후 복귀, 정상조업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진 당시 20층 빌딩에서도 사무실 집기와 캐비닛 등이 쓰러질 정도의 강진이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반도체 웨이퍼 등을 스크랩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공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극심한 가뭄에 따른 물 부족과 잦은 지진 발생의 영향으로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이번 강진이 발생, 대만의 반도체 및 LCD업계는 이래저래 고통에 시달리는 상황에 놓인 셈이 됐다.
삼성증권 테크팀장 임홍빈 애널리스트는 “이번 대만 강진으로 인한 산업체의 피해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D램과 TFT LCD 가격 추세에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