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부품 업체들이 그레이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품 스티커와 박스 포장 등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최근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CPU 전제품에 ‘정품’ 마크를 확인하는 스티커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AMD도 그동안 용산 등지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한 벌크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정품 박스제품 위주로 판매정책을 변경했다.
또 시게이트 HDD를 유통하는 대리점도 지난 2월부터 그레이제품과 구별을 위해 박스포장을 도입하는 등 컴퓨터 부품업체들이 그레이제품 차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유통시장에 거래되는 CPU와 HDD의 20% 가량이 정식 유통망을 거치지 않은 그레이제품으로 파악하고 있다. CPU와 HDD는 현금화가 쉬울 뿐 아니라 동남아 등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을 싸게 들여와 판매하면 단기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어 쉽사리 그레이제품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텔은 최근 삼테크·인텍앤컴퍼니·제이씨현시스템 등 3개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전제품에 ‘정품’ 마크를 확인하는 스티커를 부착, 그레이제품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스티커에는 정품을 확인하는 마크와 함께 판매 유통사가 명기돼 있어 이전처럼 일일이 시리얼 넘버를 확인할 필요없이 자신이 구매한 CPU의 AS 경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AMD는 그레이제품 차단과 동시에 AS 비율을 낮추기 위해 최근 벌크제품 판매를 자제하고 박스 제품 판매 위주로 정책을 전환했다. 또 PC디렉트·승전상사·에로우코리아 등 각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정품 마크를 부착시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그동안 비닐로 된 정전기 방지 팩으로 포장, HDD를 판매하던 시게이트도 지난 2월부터 그레이제품과의 구별을 위해 박스포장을 도입했다.
정품 박스에는 시게이트 공식 디자인이 공통으로 사용되며 박스 뒷면에는 상세한 품질보증 내용이 기재돼 있어 HDD 구매시 소비자가 AS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에 앞서 맥스터코리아는 지난해 5월부터 HDD제품에 박스포장을 도입, 판매하고 있다.
PC디렉트의 최영돈 이사는 “동남아에서 싼 값에 들어오는 그레이제품으로 인해 컴퓨터 부품의 시장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는 등 정식 대리점이 곤란을 겪는 일이 많았다”며 “특히 소비자가 그레이제품을 구매할 경우 제대로 AS를 받지 못할 수 있어 부품 구매시 정품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사진; 컴퓨터 부품 업체들이 그레이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품스티커와 박스 포장 등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