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관련 솔루션업계와 함께 추진하기로 한 의료정보 표준화 사업이 양측의 입장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정보통신위원회 산하 의료정보표준화소위원회(위원장 김대중)는 당초 이달부터 의료정보화업체와 함께 공동위원회를 결성하고 활동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솔루션업계의 소극적인 태도로 협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솔루션업계가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표준화를 통해 얻는 실익이 없다는 자체 판단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는 의료정보 표준화가 결국 의료기관의 업무 편의를 위한 표준화일 뿐 개발노력에 비해 업체에 돌아오는 것은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관련 한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표준화 관련 기술개발비용을 지원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동위원회가 결성되면 참여는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적극 가담하고 싶지 않다”며 솔루션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업체마다 다른 솔루션에 호환성을 부여(표준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 없이는 참여 자체가 소모적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표준화가 진행되면 의료기관이 전자차트 등의 도입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해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므로 결국 업계에도 이익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의료계는 또 표준화를 통해 각 병·의원에서 사용하던 솔루션을 다른 회사제품으로 바꿨을 때 기존 데이터를 간단하게 변환할 수 있는 등 의료정보화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적극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솔루션업계는 “어차피 각 의료기관에 알맞은 솔루션을 맞춤 제작하기 때문에 표준화와 시장확대는 큰 연관성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와함께 표준화가 후발업체들에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경쟁을 통한 기술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료계의 설득에도 업계는 “업체간 특성 상실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낳을 뿐”이라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표준화에 대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임에 따라 의료정보표준화소위원회는 내달 초로 의료계-솔루션업계 공동위원회 출범 일정을 연기하기로 하고 내주부터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의료정보 표준화가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대의를 위해 의료계는 표준화를 위한 자체 펀드를 마련해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업계 역시 나름의 희생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 서로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