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메일은 현재와 같은 패턴매칭 방식으로는 원천적인 차단이 불가능합니다. 차단목록을 아무리 등록해도 더 많은 스팸이 날라오지 않습니까. 차단기술 고도화는 물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란지교소프트의 오치영 사장(34)은 스팸메일 발송방식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단순한 방법으로는 차단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피해가 데이터 파괴나 내용 유출 등 보안 문제에까지 미침에도 불구하고 스팸메일 차단솔루션을 일종의 반짝 아이템으로 취급하는 데 불만을 표시한다.
실제로 아웃룩 등 각종 e메일 SW와 최근 소개된 차단 솔루션들에서는 대부분 메일제목이나 헤더 등에서 스팸메일로 간주할 만한 문자가 발견되면 이를 삭제토록 하고 있지만 차단목록을 아무리 많이 등록해도 스팸은 모양새를 바꿔가며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을 보면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시점임이 분명하다.
최근 오 사장이 기존 방식과는 완전히 접근법을 달리 한 차단솔루션 ‘스팸스나이퍼(Spam Sniper)’를 선보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스패머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e메일 주소를 추출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고 보고 아예 스패머들에게 가짜 메일 주소를 알려주는 희한한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웹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게시판에 글을 남길 때 수신자 메일 주소를 적지 않습니까. 이 때 실제로 사용하는 주소 말고 임의로 만든 가짜주소를 적는 겁니다. 물론 매번 다른 것으로요. 그 주소로 오는 메일을 자신이 원래 사용하는 메일 주소로 전달되게 해 놓고 날아든 메일이 스팸성일 경우만 가짜주소를 지워버리는 겁니다. 원래 메일 주소는 전혀 노출되지 않고 꼭 받아야 할 메일도 받을 수 있게 되므로 스팸걱정은 끝납니다.”
이미 발송된 스팸을 막기보다는 사용자의 정보를 알 수 없게 하자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무엇보다 메일주소를 고의적 혹은 실수로 유출한 사이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에 새로운 단계를 열어줄 제품으로도 주목된다.
“지란지교소프트가 스팸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건 메일보안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꾸준히 기술력을 축적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백신소프트웨어나 보안솔루션 시장이 이렇게까지 급속히 성장할 줄 누가 알았습니까. 스팸차단솔루션 시장도 백신 못지않은 시장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오 사장은 94년 윈도용 통신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지란지교소프트의 SW개발 여정이 스팸스나이퍼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시절 ‘이름없는 들꽃과 향기로운 난초의 사귐’을 바라며 SW개발에 몰두했던 오치영 사장의 꿈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영글지 않을까.
<글=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