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구동IC(LDI)가 한국을 대표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세계시장 1위를 넘볼 수 있게 된 것은 기존에 80%가 넘는 비메모리 반도체 수입의존도와 비교해 볼 때 고무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지금 당장 업계 1위는 아니지만 최근 몇년간 국내 업체들의 성장세에 미뤄 본다면 이르면 내년, 늦어도 2, 3년 안에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확신이 높아지고 있다.
TFT LCD패널과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에 힘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그리고 대기업 출신의 전문인력이 설립한 5, 6개의 벤처기업들이 LDI강국을 만드는 주역이다.
이들은 앞으로 비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세계 1위의 성공사례를 낳아 D램 위주의 국내 반도체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급성장하고 있는 LDI시장=데이터퀘스트·디스플레이서치 등 주요 조사기관에 따르면 LDI시장은 지난해 약 24억달러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30억달러가 넘어설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세는 PC용 브라운관 모니터(CDT)가 고해상도의 TFT LCD로 대체되는 데 힘입은 것이며 최근에는 컬러 이동전화단말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성장력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이 cdma1x, GPRS 등 새로운 전송방식 도입에 힘입어 올해는 약 4억1000만대, 내년에 약 4억80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중 37%가 컬러 단말기시장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컬러 단말기용 LDI는 기존 흑백 STN LCD보다 고부가가치인데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cdma 1x, WCDMA 등 차세대 컬러영상 단말기시장으로 변화해가고 있어 이에 발맞춘 국내 LDI업체들의 기술행보도 빠르고 시장선점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스템업체와의 공조가 힘=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에 이어 토마토LSI·리디스테크놀로지·픽셀칩스·실리콘웍스 등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시장 1위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된 것은 변화하는 시스템 기술 및 시장 동향을 제때 파악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특성상 시스템의 표준규격을 앞서 이끌어야만 시장석권이 가능한 만큼 삼성전자·삼성SDI·LG필립스LCD 등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과의 공조를 통해 기술개발 방향을 서둘러 확정하고 적시에 제품을 내놓은 것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흑백에서 컬러, 컬러에서 저온폴리·유기EL 등의 차세대 이동전화 단말기용 LDI기술로 빠르게 발전시켜 온 것도 좋은 성과를 올리게 된 요인 중의 하나다.
이처럼 시스템과 패널, 부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협조가 시장 리더의 자리를 가능케 한 것이다.
◇부문별 기술력 1위가 관건=그러나 국산 LDI가 명실공히 각 분야에서 1위가 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일단 TFT LCD부문에서는 일본 샤프가, STN LCD부문에서는 히타치·세이코엡슨 등이 매출면이나 기술면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업체들이 대량생산체제를 바탕으로 매출면에서 1위를 할 수 있어도 일본업체들을 확실히 따돌리려면 일본시장을 뚫고 들어갈 기술력 제고가 급선무다.
TFT LCD의 경우 가로(게이트칩)·세로(소스칩) 화면표시장치를 보정하는 개별 소자들을 원칩화하는 노력과 전력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저전력 설계기술을 보강해야 한다. 이동전화단말기·PDA 등에 탑재되는 소형 패널용도 해상도 혁신과 전력소모기술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초소형 패키지 기술기반 확보는 절대적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패널 및 시스템업체들이 공조를 통해 기술개발 및 마케팅력 보강에 힘을 기울여야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