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의 이번 이동망 상호접속료 산정은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환원시키며 선후발 사업자간 유효경쟁 여건을 조성한다는 두가지 원칙 아래 결정됐다.
소비자들은 LM요금을 비롯한 LL요금, ML요금이 줄줄이 내려가 이동전화요금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또 선발사업자의 손실폭이 상대적으로 커 유효경쟁의 여건도 어느 정도 조성된 것처럼 나타났다. 외견상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그렇지만 통신사업자들이 수익감소로 인해 차세대 설비투자를 줄여 차세대 서비스의 조기 활성화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후발사업자를 경쟁대열로 끌어올려 실질적인 유효경쟁 체제를 갖추려는 정책의지는 퇴색됐다는 분석이다. 또 내년초부터 시작될 IMT2000 사업자의 원가도 낮게 책정돼 초기 사업 전개에 난관이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용요금에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정통부의 이번 접속료 산정은 완료라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어떻게 산출됐나=정통부는 사업자들의 실제원가를 기준삼아 일정 비율을 할증하는 이른바 ‘개별요율’ 방식을 적용했다.
정통부는 SK텔레콤의 지난 2001년 확정접속료 63.6원과 지난 2000년 검증원가 38.3원의 중간인 51원을 기준접속료로 설정했으며 오는 2006년 (예상)평균접속료인 29.6원까지 5년에 걸쳐 매년 10.3%씩 균등인하해 내년 접속요율을 산정했다.
민원기 정통부 통신업무과장은 “원가와 접속료간의 차액인 원가절감분의 50%는 소비자에게 환원하고 50%는 원가절감에 노력한 통신사업자의 이윤으로 유보하기 위해 기준접속료를 51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KTF의 접속료는 영국 등 OECD 가입국가들의 후발사업자 접속요율 산정방식을 차용, SK텔레콤의 접속요율에 17%를 가산한 수준에서 결정했다. LG텔레콤의 접속요율은 SK텔레콤, KTF 등의 원가에 상관없이 지난해 확정접속료인 65.7원을 기준으로 매년 SK텔레콤과 같이 10.3%씩 인하한 수준에서 결정했다.
◇산정방식의 문제점=정보통신부는 이번에 적용한 방식이 ‘개별요율’이라고 주장하나 사실상 SK텔레콤의 원가에 준해 다른 사업자의 원가를 정한 ‘대표원가제’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개별요율제를 적용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KTF에 적용한 요율도 외국사례의 수치만 따왔을 뿐 그 수치가 나와야 하는 근거를 적용한 것도 아니다.
기준원가인 SK텔레콤의 51원도 2000년 원가(38.3원)와 지난해의 확정접속료(63.6원)를 합산해 둘로 나눈 것으로 그 근거가 부족하다. 정통부 관계자도 “정책적 판단”이라며 임의적인 계산임을 인정했다.
“꼭 사업자간 협의를 거쳐야 했느냐”는 의문도 일고 있다. 민원기 통신업무과장은 “접속료는 장관 고시사항으로 합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으나 3개 이동전화사업자 관계자들은 “사업자간 협의해올 경우 정통부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면서 다른 소리를 냈다. 사업자들을 정책결정의 들러리로 삼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업자에 미치는 손익=이번 조정으로 SK텔레콤과 KTF는 현행 방식보다 큰 손실을 입게 된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올해 가입자와 통화량을 기준으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번 조정으로 대략 2700억원, KTF는 450억원의 접속료 손실을 입게 된다. 반면 LG텔레콤은 대략 280억원 정도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다른 산정 방식을 적용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손실폭을 줄였다. 따라서 현재의 국내 이동전화 시장경쟁 여건에 비추어볼 때 이번 접속료 산정결과가 후발사업자인 LG텔레콤에는 수익을 안겨주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시장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텔레콤의 경우 애초 기대한 수익규모에 못미쳤으며 KTF는 SK텔레콤에 비해 원가 보상률이 낮다. 접속료 조정을 선발사업자를 겨냥한 비대칭규제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사업자간 경쟁심화=선발 사업자들은 접속료 지불액을 줄이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발 사업자의 경우 접속료를 다른 사업자에 주느니 미리 당겨 마케팅비용으로 써 지불접속료를 줄이면서 타사의 가입자들을 끌어와 가입자 기반을 높이는 ‘양동 작전’을 펼 가능성이 높다.
LG텔레콤은 당장 수백억원의 이익은 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선발사업자와 가입자 유치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텔레콤에 유리한 듯 보이는 비대칭 규제가 오히려 LG텔레콤에 불리한 시장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가 영업비 상한선 제도 도입 등을 추진중이나 실효는 미지수다.
◇차세대 투자 감소 예상=사업자들의 cdma2000 1x 및 EVDO 등 차세대 설비투자
에도 차질이 생겼다. 사업자들은 주수입원인 접속료와 통화수익이 줄어들게 돼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계획의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수익폭을 유지하려면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미래 투자를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동망 원가가 대폭 낮아짐에 따라 내년부터 상용서비스되는 2㎓ IMT2000 서비스의 접속요율도 낮을 수준에서 결정될게 유력시된다. 이 경우 IMT2000 사업자의 수익성 확보는 요원해져 결국 IMT2000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